K-푸드의 글로벌 인기몰이에 라면업종 대장주인 삼양식품과 농심이 최근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상승폭에서는 차이가 크다. 지난 분기에 이어 올해 3분기 실적도 희비가 엇갈릴 전망이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화장품과 라면, 음식료품 등 21개 종목으로 구성된 KRX 300 필수소비재 지수는 이달초 1169.34에서 전날 종가 기준 1192.97로 2.02%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인 0.83%를 두 배 이상 상회한 수준이다.
지수 구성 종목 가운데 라면주들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이달초부터 전날까지 삼양식품 주가는 52만원에서 59만9000원으로 15.19% 급등했다. 농심의 경우 36만2000원에서 37만1000원으로 2.48% 늘었다.
최근 상승세는 K-푸드 수출액이 역대 최대를 달성한 영향으로 추정된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기준 올해 농식품 수출 누적액(잠정)은 전년 동기(75억3000만달러) 대비 8.7% 증가한 81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14개월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성장세로 역대 10월말 실적 가운데 최대치에 해당한다.
수출 품목 가운데 가장 많은 수출액을 차지한 품목은 라면이다. 라면은 10월 한 달 동안 1억2000만달러를 수출하면서 10월말 누적 기준 10억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라면은 최대 수입국인 중국, 미국 등을 비롯한 유럽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면서 “신시장에 해당하는 중남미에는 전년 동기 대비 70.9% 증가한 수출 실적을 시현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같은 호재에도 라면 대장주인 삼양식품과 농심의 주가 성장세는 명확한 차이를 나타내고 있다. 삼양식품 주가는 연초 23만4500원에서 전날 59만9000원으로 155.43% 치솟았다. 반면 농심은 연초 41만2500원에서 10.06% 떨어진 37만1000원에 머물렀다.
주가가 엇갈린 배경에는 해외 부문 실적이 꼽힌다. 지난 2분기 실적만 살펴보면 삼양식품의 해외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4.9% 급증한 3321억원을 기록하면서 성장세를 견인했다. 불닭볶음면을 필두로 한 상품 인기가 주된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농심의 해외 매출은 지지부진하다. 농심은 2분기 해외 매출액이 236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 감소했다. 미국 법인 기저 부담과 중국 법인 유통망 변경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농심의 북미 매출액은 1501억원, 중국 법인은 411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3.7%, 7.6% 줄었다”고 말했다.
2분기 전체 실적도 수익성 측면에서 차이가 존재한다. 삼양식품은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 4244억원, 영업이익 89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8.7%, 103.2% 증가한 수치로 사상 최대 실적이다. 반면 전통적으로 시장을 주도했던 농심의 올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은 8607억원, 영업이익은 437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6% 줄었다.
다가오는 3분기 실적도 이같은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양식품의 3분기 실적 전망치는 매출액 4284억원, 영업이익 857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 대비 27.80%, 97.22% 급증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시현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농심의 경우 매출액 8770억원, 영업이익 537억원으로 매출은 2.47% 소폭 증가하나 영업이익은 3.64% 감소할 전망이다.
증권가에서는 삼양식품의 투자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호실적을 바탕으로 주가 상승세를 지속할 것이란 분석이다. 권우정 교보증권 연구원은 “삼양식품은 미국을 포함한 해외 지역 내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내년 밀양 제2공장 증설 이후 고성장이 지속될 것”이라며 “최근 네덜란드 판매 법인 설립 후 유럽 보폭 화대도 기대된다. 삼양식품의 해외 비중은 올해 78%, 오는 2026년 84%로 확대될 전망이다. 음식료 업체 중 독보적인 해외 성장성 및 이익률을 시현 중이라는 점에서 최선호주로 제시한다”고 진단했다.
삼양식품과 달리 농심의 투자의견은 부정적이다. 가장 최근 보고서를 발간한 한화투자증권은 농심의 목표주가를 기존 60만원에서 17% 낮춘 50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수 소비 부진 여파로 별도 실적 추정치를 내리면서 목표주가를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IBK투자증권도 농심 목표주가를 58만원에서 55만원으로 낮췄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국내 법인은 내수 소비 둔화 영향으로 음료와 기타 제품 판매가 부진하며 매출이 소폭 성장에 그칠 것”이라며 “매출 방어적 측면의 판매장려금, 물류대행비 등이 증가해 이익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미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0.8% 증가한 1552억원, 영업이익은 10.1% 감소한 123억원으로 전망된다”며 “미국 판매가 양호했지만, 마케팅비 지출 확대로 수익성이 하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