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차기 상임감사에 금감원 출신 인사가 하마평으로 오르고 있다.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금융권의 사고로 금감원 출신 ‘상임감사 무용론’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금감원 출신 ‘인사독식’ 현상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어 비판이 제기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차기 상임감사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국민은행의 상임감사로 재직중인 김영기 상임감사와 유찬우 신한은행 상임감사는 올해 말 임기가 끝난다. 두 상임감사 금융감독원 출신으로 각각 은행담당 부원장보·비은행담당 부원장보를 지냈다.
차기 상임이사로 하마평이 나오는 인물들도 모두 금감원 출신이다. 김동성 전 전략감독담당 부원장보, 이성재 전 중소서민담당 부원장보, 최성일 전 은행·중소서민금융 담당 부원장과 김철웅 금융보안원장 등이 오르내리고 있다.
현재 5대 시중은행의 상임감사는 금감원 출신이 독식하고 있다. 국민은행은 최근 10년간 한 차례(기재부 부이사관 출신 정병기)를 제외하고는 상근감사에 모두 금감원 출신(박동순, 주재성, 김영기)이 선임됐다. 신한은행은 이석근 전 상근감사, 허창언 전 상근감사와 지난해 선임된 류찬우 상근감사 모두 금감원 부원장보 출신이다.
하나은행의 이주형, 조성열 전 상근감사와 현 민병진 상근감사도 금감원 요직을 거쳤다. 우리은행에서도 지난해 양현근 전 금감원 부원장보를 상근감사에 앉혔다. 농협은행은 2012년 이용찬 초대 상근감사를 비롯해 한백현, 김영린, 이익중 등 전임자 그리고 고일용 현 상근감사까지 전부 금감원 퇴직자들이다.
전직 금감원 임원들이 은행권 상임감사를 독차지하고 있지만, 금융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은행권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건수는 총 261건이고 금액은 3897억원에 달했다. 이 중 5대 시중은행에서 167건의 금융사고가 발생했으며 그 규모는 2845억원으로 집계됐다.
금감원 출신 상임감사가 있다고 해서 금융사고가 더 적게 나는 것도 아니다. 2018년부터 올해 8월까지 금융사고가 발생한 저축은행 총 26곳 중 공공기관 출신 상근감사가 있는 저축은행은 13곳이었다. 12곳이 금감원 출신이었고 1곳은 국세청 출신이다. 이 중 저축은행에서 발생한 금융사고 평균 금액은 공공기관 출신 상근감사가 있는 곳은 24억5000만원(총 319억원), 없는 곳은 25억1000만원(총 327억원)이었다.
금융권에선 금감원 출신 상임감사가 감사 업무보단 금감원과의 소통 창구 역할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은행들의 입장에서는 금감원 출신 인사를 통해 각종 검사업무를 보다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커 이같은 현상이 더 심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연구결과에서도 금융당국 출신 인사가 금융사 임원 재취직 후 당국으로부터 제재를 받은 확률이 유의하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9년 KDI(한국개발연구원)이 낸 ‘금융당국 출신 인사의 금융회사 재취업에 따른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 따르면 금감원 출신 임원 취임 이후, 금융회사가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약 16.4% 감소했다.
일각에서는 공직자윤리법이 사실상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유동수 의원실이 금감원으로부터 받은 ‘금감원 퇴직자에 대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심사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금감원을 퇴직해 금융업계로의 이직을 신청한 18명 중 13명이 ‘취업 승인’을 받았다.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은 4급(선임조사역) 이상 금감원 출신은 퇴직 전 업무와 관련성이 있는 자리에 취업을 3년간 제한하는 내용이다. 실제로 법안이 도입·강화되던 시기인 2013년과 2014년에는 각각 2명과 3명이 재취업에 성공했지만 2021년 40명·2022년 35명으로 급증했다.
이에 대해 강형구 금융소비자연맹 사무처장은 “금감원 출신이라고 하면 내부통제를 제대로 할 것이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감사업무가 아니라 대관업무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금융사에 감사가 고유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시스템이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신임 감사가 본연의 업무를 수행하려 해도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명하고 공개적인 선임 절차와 함께 금융사들이 내부통제 강화를 위해 합리적인 상임감사 제도를 확립하는 것이 먼저 선행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