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가 서방이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토 포기를 전제로 한 휴전안에 강하게 반대했다. 쇼이구 서기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 나온 것이라 의미심장하다.
7일(현지시간) 쇼이구 서기는 모스크바에서 열린 독립국가연합(CIS) 안보 회의에서 “전황은 우크라이나에 유리하지 않고 서방은 선택에 직면했다”며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면서 우크라이나 인구를 파괴하든지, 아니면 현재의 현실을 깨닫고 협상을 시작하든지”라고 밝혔다.
쇼이구 서기의 이 같은 발언은 우크라이나 전쟁을 종결시키겠다고 공언해온 트럼프 전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된 직후 공개적으로 나온 것이라 그 의미에 관심이 쏠린다.
쇼이구 서기는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을 주도한 인물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쇼이구 서기는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원전과 자포리자 원전을 겨냥해 ‘핵 테러’를 저지르려고 했다면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정권을 테러리스트로 간주한다고 말했다.
반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날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유럽정치공동체(EPC) 정상회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영토를 양보하는 휴전안에 강도 높게 비판하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푸틴에 굴복하고, 물러서고, 양보해야 한다는 이야기기 많다”면서 “이는 우크라이나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며 유럽 전체에 자살행위”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24시간 내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을 공언해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현재의 경계선’을 기준으로 러시아와 협상할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의 약 20%를 점령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금 시급히 필요한 것은 '힘을 통한 평화'라며 유럽 정상들에게 러시아와 맞설 수 있는 강력한 지원을 요청했다.
그는 또 "북한은 지금 사실상 유럽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다"며 "북한 군인들이 유럽 땅에서 우리 국민을 죽이려 한다"고 주장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5일 영상 연설에서 북한군 병력이 우크라이나군과 전투를 벌였다고 확인하면서 "북한 병사들과 첫 전투는 세계 불안정성의 새 장을 열었다"고 말했다.
한편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인 2022년 10월 범유럽 차원의 소통·협력을 강화하자는 뜻에서 출범한 EPC의 이번 회의에는 EU 27개 회원국을 포함해 47개국 정상이 초청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