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공급 과잉 등 영향으로 장기간 침체를 겪고 있는 석유화학업계가 3분기 역시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이러한 부진은 오는 4분기에도 이어질 전망이어서 저마다의 전략으로 버티기에 돌입하고 있다.
10일 석화업계에 따르면, 주요 석화기업들의 3분기 실적이 일제히 공개된 가운데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업계 ‘맏형’ LG화학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 12조6704억원, 영업이익 498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같은 기간 대비 매출은 6.1%, 영업이익은 42.1% 감소했다. 특히 석유화학부문에서 영업손실 382억원을 기록했다. 원료 가격, 운임 비용의 일시적인 증가와 환율 하락의 영향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앞서 7일 잠정실적을 발표한 롯데케미칼도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조2002억원, 영업손실 4136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수요 회복 지연 및 환율하락에 따른 제품 스프레드가 하락, 해외 자회사 부분보수로 인한 일회성 비용과 해상운임비 상승으로 전 분기 대비 적자가 확대됐다. 본업에 해당하는 기초화학(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LC 타이탄, LC USA, 롯데GS화학) 부문에서만 영업손실이 3650억원 발생했다.
태양광·석유화학 등을 영위하는 한화솔루션 역시 3분기 연결기준 영업손실 810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영업이익 893억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매출은 4.52% 감소한 2조7732억원을 기록했다.
신재생에너지부문 영업손실 410억원과 함께 케미칼 부문 역시 영업손실 31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케미칼 부문은 연말 비수기에 진입하면서 시황 약세가 예상되고 있어 4분기에도 반등이 불투명하다.
국내 석화업계는 중국의 공격적인 설비 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수년간 부진에 직면해 있다. 중국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오는 2030년까지 에틸렌 생산 능력을 1700만톤(전 세계 생산량의 약 44%)까지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국내 석화기업들은 비핵심 자산 매각, 범용 석화제품 탈피 및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 등 전략을 통해 ‘보릿고개’를 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편광판·소재 사업을 1조982억원에 매각한 데 이어 지난 3월 스티렌모노머(SM)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여수 NCC(나프타분해시설) 2공장 매각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케미칼은 루이지애나 법인 지분 40%에 대해 주가수익스왑(PRS)을 맺어 약 7000억원을 확보했으며, 말레이시아 합성고무 생산법인 LUSR의 청산을 결정했다. 이 같은 해외 법인 지분 매각을 통해 총 1조4000억원의 자금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재무 건전성 제고를 위해 공장 가동 최적화 및 원가절감을 위한 ‘Operational Excellence 프로젝트’를 상반기 여수 공장에 이어 하반기 대산 공장까지 확대 실시 추진 중이다.
이렇게 확보된 자금들은 재무구조 개선과 더불어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투자로 활용될 전망이다. 실제로 SK케미칼은 고기능성 투명 플라스틱 스카이그린(SKYGREEN)과 고내열 투명 소재 에코젠(ECOZEN)을 앞세운 코폴리에스터 판매량 증대로 석화 업황 부진 속에서도 별도기준 3분기 영업이익 295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대비 23.6% 증가하는 성과를 거뒀다.
신학철 한국화학산업협회 회장(LG화학 부회장)은 지난달 31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제16회 화학산업의 날’에서 “날로 악화돼 가고 있는 경영환경 하에 화학산업은 주도적으로 속도감 있는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내야 한다”면서 “혁신이 해답이다. 화학산업 모두가 혁신을 위해 다시 한 번 매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같은 날 박성택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역시 “지금이 우리 화학산업 재도약을 위해 절대 실기해서는 안 될 진정한 승부처이며 본격적인 사업 전환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며 “정부도 연내 석유화학 경쟁력 제고 방안을 마련해 기업의 노력을 적극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