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투자자들이 미국 시장 중심으로 해외 증시에 시선을 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미국 증시는 가파른 오름세를 시현한 영향이다. 이같은 상황 속에 전문가들은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 왔던 인공지능(AI) 중심의 관심도를 높여야 한다고 진단한다.
12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7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주식 보관액은 1013억6570만달러(약 141조7295억원)로 집계됐다. 이는 유가증권시장 대장주인 삼성전자 시가총액(378조6000억여원)의 37.4%에 해당한다. 아울러 시총 2위인 SK하이닉스 시총(145조1000억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미국 주식 보관액은 예탁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11년 1월 이후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특히 최근 증가세가 두드러진다. 지난달말 기준 미국 주식 보관액은 910억6587만달러에 머물렀으나 일주일 만에 103억183만달러가 늘어났다.
미국 시장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상황 속에 국내 증시는 투자자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이달 들어 지난 8일까지 개인투자자들은 코스피와 코스닥, 코넥스 시장을 모두 포함한 국내 증시에서 5598억원을 순매도했다. 같은 기간 외국인이 995억을 순매수한 것과 비교하면 대조적이다.
이같은 격차는 증시 흐름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8일(현지시간)까지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는 5.08% 급등한 5995.54까지 치솟았다.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5.32%, 6.58% 오른 4만3988.99, 1만9286.78로 확인됐다. 반면 코스피 지수는 오히려 0.48% 하락했다.
상반된 지수 흐름은 해외주식 열풍과 함께 미국 대선에서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에 성공하면서 더욱 가속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트럼프 당선인이 선거기간에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정책 기조인 자국 보호무역주의(Trade protectionism)가 주된 배경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 관세 적용을 추진하고, 중국 수입품에 대해서는 60% 관세와 최혜국대우를 철폐할 것을 공언해 왔다. 아울러 USMCA(미국, 멕시코, 캐나다 간 무관세협정)와 한미FTA의 재협상 가능성, 바이든 정부가 약속한 반도체 CHIPS Act의 수정 또는 폐기를 주장한 바 있다.
이에 따라 글로벌적인 미국 영향력 확대와 함께 무역장벽 강화로 수출 의존도가 큰 국내 기업들의 입지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0일(현지시간)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정책이 집권 1기보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 더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트럼프 재선은 국내 증시에 부정적인 결과다. 상대적인 언더퍼폼(낮은 수익)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향후 트럼프 당선인의 부양·압박 순서, 중국의 대응 부양책 등이 증시 강도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미국 공화당이 의회 선거도 승리했다. 연준을 압박해 기준금리를 적정 수준보다 낮게 위치하도록 만들면서 기대 인플레이션이 높아질 가능성도 커졌다”라며 “이와 같이 명목 성장 기대가 커지면 (미국) 주가지수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투자자들은 미국 대선이 종료된 시점에서 적절한 투자 전략을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시장을 주도해 왔던 인공지능(AI) 섹터에 대한 관심도는 여전히 주효할 것으로 전망하는 상황이다.
이영곤 토스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시장이 흔들리고 변화되는 과정에서 산업과 종목별로는 리스크 관리를 해야한다”면서도 “다만 좀 더 긴 시각에서 보면 시장을 이끄는 메가 트렌드인 AI 산업을 중심으로 한 재편 과정, 새로운 시작의 기대감 등 기조 자체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긴 호흡으로 변함없이 유효하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이 센터장은 “최근 2~3년간 시장을 주도해온 것은 AI와 엔비디아를 중심으로 한 빅테크 기업들로, 이들에 대한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투자를 하는 것에 대해서 이들 기업의 주도적인 역할이 주가에 어느 정도 반영된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하다”며 “빅테크 주요 핵심 기업에 관해 관심을 계속 가지면서도 AI 사업이 퍼져나가는 부분들, 그 과정에서 수혜를 받는 기업이 무엇인지 찾아나가는 과정도 내년부터 많이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