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궤양과 위암의 주요 원인인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치료 후보물질을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이하 생명연)이 발굴해 주목받고 있다.
헬리코박터균은 위점막과 점액 사이에 기생하는 나선 모양 세균이다.
위는 강력한 위산과 두꺼운 점액 미생물이 생존하기 어렵지만, 헬리코박터균은 자체 생산하는 효소로 위 내에서 생존할 수 있다.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되면 염증이나 소화성 궤양을 유발하고, 위암 발생률도 비감염자 대비 최대 6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세계 인구의 절반 가량이 헬리코박터균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는 헬리코박터균을 제1군 발암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항생제 등의 치료법은 헬리코박터균의 70% 정도만 가능해 재발률이 높다.
헬리코박터 치료 신약 후보물질 발굴
생명연 국가아젠다연구부 손미영 박사팀이 위 오가노이드를 이용해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에 의한 위 세포 손상 기전을 규명하고 치료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오가노이드는 장기의 복잡한 구조 및 기능을 모방한 3차원 줄기세포 유래 미세조직으로, 실제와 유사한 특성을 가 질병 모델링이나 약물을 실험하는 데 유용하다.
현재 헬리코박터균 제거는 항생제를 주로 이용하지만, 이는 헬리코박터균이 분포한 위점막 표면이나 위점액까지 도달하지 못해 완치가 어렵다.
게다가 헬리코박터균을 제거해도 손상된 위점막은 복구되지 않고, 항생제에 반복적으로 노출되면서 생기는 내성과 유익한 균까지 제거되는 부작용도 수반한다.
이에 연구팀은 3차원 위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헬리코박터균 감염 초기에 발생하는 위 점액세포 손상 기전을 규명하고, 감염으로 손상된 위 세포를 회복하게 하는 치료제 후보물질을 발굴했다.
우선 연구팀은 헬리코박터균이 체내에 침입할 때 최초로 자리잡고 증식하는 위 전정부의 특징을 갖는 전분화능 줄기세포 유래 3차원 위 오가노이드 제작했다.
이를 통해 헬리코박터균이 분비하는 VacA(세포 공포화독소)에 의한 변화를 관찰한 결과 위 점막세포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저하 현상을 확인했다.
아울러 오가노이드 모델과 생쥐 모델에서 인산화효소(kinase) 저해제 ‘MLN8054’가 VacA 독소뿐 아니라 미생물 감염으로 손상된 위 상피세포를 회복시키는 사실을 규명, 헬리코박터균에 의한 위 손상 치료 후보물질로 활용가능성을 확인했다.
손 박사는 “그동안 헬리코박터균 관련 연구는 주로 암 세포주나 쥐 모델이 활용했다면, 이번 위 오가노이드 기반 연구는 그간 한계로 지적되던 종간 특이성 등을 극복한 것”이라며 “향후 오가노이드를 활용해 인체반응 예측, 유효성분을 빠르고 정확하게 도출해 신약개발 성공률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생명연 손예슬‧이무승 박사, 경북대 권용환 교수가 제1저자로, 생명연 손미영‧박두상‧손명진 박사가 교신저자로 참여했고,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바이오머티리얼(Biomaterials)’ 지난 9월 26일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논문명 : Helicobacter pylori VacA-induced mitochondrial damage in the gastric pit cells of the antrum and therapeutic resc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