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백일해 사망자가 나오면서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방역 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며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개인방역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대한소아청소년병원협회(소청병협)는 12일 보도자료를 내고 “백일해로 인한 영아 사망은 지금까지 한 번도 없던 일”이라며 “소아청소년과 의료체계에 대한 점검과 대책 마련이 없으면 제2, 제3의 백일해 사망이 재연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13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백일해 양성 판정을 받은 2개월 미만 영아가 입원 치료를 받던 중 증상이 악화돼 지난 4일 숨졌다. 감염병 예방법에 따라 지난 2011년부터 백일해 사망자를 집계한 이후 사망 사례가 보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질병청은 3~5년 주기로 반복되는 세계적 백일해 유행이 돌아온 것으로 분석했다.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7~12세에서 백일해가 유행한 바 있다. 백일해는 백일해균에 의해 생기는 호흡기 질환으로 수두, 홍역 같은 제2급 법정 감염병에 속한다. 백일해에 걸리면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발작성 기침이 4주 이상 이어진다.
최근 7~19세 소아·청소년을 중심으로 백일해가 전국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질병청에 따르면 올해 11월 첫째주 기준 총 3만332명의 백일해 환자가 신고됐다. 연령별로는 13~19세가 45.7%(1만3866명), 7~12세 42.0%(1만2725명)로 7~19세 소아‧청소년이 전체 환자의 87.7%(2만6591명)를 차지한다. 0~6세의 경우 전체 환자의 3.3%(1008명) 수준으로 8월 이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1세 미만 영아도 지난달 주당 2~4명씩 나오다가, 지난달 말 기준 12명까지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소청병협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백일해뿐만 아니라 모든 소아 감염 질환이 급격히 증가해 유행하고 있는데 사실상 아무런 대책을 세우지 않고, 보호자에게 주의가 필요하다는 당부만 되풀이했다”면서 “정부가 전문가와 머리를 맞대고 소아 감염 질환 유행을 멈추게 할 대책을 심도 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병원을 찾는 백일해 환자 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양지병원은 “2022~2023년 백일해 환자는 0명이었으나, 올해 1월부터 현재까지 총 4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대부분 10~12세 어린이 환자였다”라며 “특히 10~11월에만 27명의 환자가 집중돼 현재까지 증가하는 추세다”라고 설명했다.
백일해는 대부분 백신으로 예방 가능하지만 백신 접종이 불가능한 생후 2개월 전 영아는 감염 시 중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 주의가 요구된다. 예방 접종은 DTaP 백신 또는 Tdap 백신이 효과적이다. 이들 백신 접종 후 예방 효과는 90%에 달한다. 우리나라는 생후 2·4·6개월 때 각각 1·2·3차 백일해 등 예방 접종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후 15~18개월에 4차, 4~6세에 5차, 11~12세에 6차 접종을 해야 한다. 지난해 초·중학교 입학생 예방 접종 확인 사업 결과, 초등학교 입학생 중 5차 접종자는 96.8%, 중학교 입학생 중 6차 접종자는 82.5%였다. 성인도 주기적 추가 접종이 권장된다.
양무열 양지병원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백일해는 강력한 기침 증상이 특징인데 기침이 너무 심해져서 숨쉬기 어려워지거나 구토를 유발할 수 있고, 1세 미만 영아는 매우 위험할 수 있으며, 심각한 경우 합병증이나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면서 “청소년 및 성인용 Tdap 백신은 만 11~12세에 1회 접종이고 성인은 10년마다 추가 접종을 권장한다”고 전했다.
신상엽 KMI 한국의학연구소 수석상임연구위원(감염내과 전문의)은 “백일해는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백신 접종 등 ‘개인적 거리두기의 3대 원칙’만 잘 지켜도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며 “백신 접종이 어려운 수험생의 경우 손 씻기와 적절한 마스크 착용을 통해 감염을 예방하고, 시험 전 컨디션을 유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