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뷰티 인기의 선두 주자인 화장품 기업들이 부진한 주가 흐름을 보인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편적 기본관세 도입 우려가 악재로 작용했다. 증권가는 그러나 화장품 산업의 글로벌 수출 모멘텀 지속을 전망하면서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투자의견을 내비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증시에 상장된 대표 화장품주에 집중 투자하는 HANARO K-뷰티 상장지수펀드(ETF) 상품은 이달초 1만1200원에 마감한 이후 전날(21일) 종가 기준 1만140원으로 9.46% 내렸다. 아울러 TIGER 화장품 ETF도 2765원에서 12.83% 떨어진 2410원으로 후퇴했다.
종목별로도 하락세는 뚜렷하다. 화장품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 주가는 이달초 12만300원에서 전날 10만8800원으로 9.55% 하락했다. LG생활건강도 5.42% 하락한 31만4000원으로 내려갔다. 애경산업(-9.20%), 마녀공장(-12.90%), 한국콜마(-21.68%) 등도 일제히 떨어졌다.
화장품주는 올해 상반기 미국을 중심으로 한 해외 성장세 효과에 강한 상승 모멘텀을 유지해 왔다. 올 상반기 누계 화장품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8.1% 증가한 48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면서 반기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선보인 영향이다. 이에 대장주인 아모레퍼시픽은 지난 5월 31일 수출 효과에 따른 호실적 기대감에 장중 20만500원으로 52주 최고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이같은 상승 랠리는 하반기 들어 하향세로 전환했다. 특히 시장 기대치 대비 실적 저하가 크지 않음에도 주가 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일례로 아모레퍼시픽은 3분기 매출액 9772억원, 영업이익 652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증권가 컨센서스 대비 52% 늘었으나 주가는 떨어졌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올 3분기 주요 화장품 기업들의 실적은 매출액과 영업이익 모두 0~20% 내외 하회 수준으로 기대치를 약간 밑돌았다”면서 “주가는 이를 과도하게 반영해 하락했다. 화장품 업종이 높은 기대치를 선반영한 업종이라는 점에서 실망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투자업계에서는 화장품주의 투자심리 악화 배경에 트럼프 리스크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진단했다. 최근 재집권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자국 생산을 장려하기 위해 모든 수입품에 10~20%의 보편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가성비를 강점으로 선보인 국내 화장품 기업의 마진율 하락은 불가피하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화장품주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글로벌 동종 업계 대비 밸류에이션 저평가 상태로 오히려 매수 기회로 작용한다는 주장이다.
하희지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재 화장품 업종의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률은 13배 수준으로 최악의 구간을 지나고 있다”며 “트럼프 집권에 따른 패닉 셀(Panic Sell) 현상 등 우려는 과도하다고 판단한다. 여전히 인디브랜드들의 글로벌 수출 모멘텀은 지속되고 있고,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수주는 견고하다”고 분석했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미국에서 고품질 K-선케어 제품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이는 ODM 기업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것”이라며 “결론은 화장품 업종은 단기 시장 불확실성에도 장기적으로 높은 성장 잠재력이 기대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