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지도만 그려진 상표’는 상표로 등록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3부(주심 엄상필 대법관)는 ‘지도표 성경김’을 생산하는 성경식품이 특허청장을 상대로 ‘상표 등록 거절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제기한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현행법을 이유로 ‘지도표 성경김’의 한반도 지도 모양 마크를 상표로 쓸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상표법 제33조에 따르면 ‘지도만으로 된 상표’는 등록받을 수 없다”며 “정확한 지도나 이에 준하는 형태가 아니더라도 일반 수요자가 사회 통념상 지도임을 인식할 수 있는 정도의 형태를 갖췄다면 지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성경식품이 25년간 한반도 지도 모양에 글자를 결합해 자사 김 제품 포장지에 사용해 왔던 점 △지도만 단독 사용한 실적은 찾기 어렵고 적어도 1개 이상 글자를 결합해 사용해 왔던 점 등을 들어 ‘지도 부분만의 상표 등록을 받아들이지 않은 원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덧붙였다.
성경식품은 지난 2020년 김 포장지에 사용한 한반도 지도 모양의 아웃라인을 상표로 출원했다. 그러나 특허청은 이 사건 상표가 ‘지도만으로 된 상표’에 해당해 식별력이 없다며 상표 등록을 거절했다. 성경식품은 “한반도 지도 자체가 아니라 상당한 생략, 변형을 거쳐 지도를 모티브로 한 도형상표”라며 “원고가 출원 전부터 상표를 장기간 사용하면서 이 사건 출원상표는 수요자 간 특정 상품에 관한 출처를 표시하는 것으로 식별할 수 있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거절 결정을 취소해달라며 이 사건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상표 등록 거절 결정은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성경식품의 출원상표는 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4호에 따라 지도만으로 된 상표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이 사건 출원상표는 두 줄의 녹색 선으로 표현된 한반도, 제주도, 울릉도, 독도 모양 모형으로 구성됐다”며 “일반 수요자에게 이 사건 출원상표가 대한민국 지도 외에 다른 관념이나 인상을 갖도록 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아울러 이 사건 상표가 사용에 의한 식별력을 취득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재판부는 “원고가 1994년 경부터 조미김 등 가공된 김을 생산·판매하면서 이 사건 출원상표가 표시된 포장을 사용해 왔고, 그 판매량과 시장점유율이 상당한 정도에 이른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이 같은 사실만으로는 이 사건 출원상표가 수요자 사이에서 식별력을 취득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성경식품은 불복하고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사용에 의한 식별력 취득 요건, 출원상표와 실사용상표의 동일성 판단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거나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아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며 기각했다.
성경식품 관계자는 “추후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다만 당장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