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지난달에 이어 기준금리를 연속 인하했다. 시장에서는 연내 추가 금리 인하가 없을 것으로 관측했으나, 트럼프발(發) 정책 리스크를 비롯한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결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28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오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0.25%p 인하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준금리는 기존 3.25%에서 3.00%로 조정됐다. 지난달 회의에서 피벗을 결정한 이후 2회 연속 인하다. 한은이 2회 이상 연속으로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은 15년만의 일이다.
이는 시장 예상과 상반된 결정이다. 당초 채권전문가들은 한은이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11월 금통위를 앞두고 금융투자협회가 채권보유 및 운용관련 종사자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응답자의 83%는 기준금리 동결을 예상했다. 0.25%p 금리 인하를 전망한 비율은 17%에 불과했다. 직전 조사에서는 36%가 기준금리 ‘동결’을 64%는 ‘인하’를 예상한 바 있다.
금투협은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진입하며 고환율 고착화 우려와 미 연준 금리인하 기대감소에 따라 11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예상이 전월 대비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시장 예상을 벗어난 금리 인하는 최근 한국 경제상황이 악화된 게 배경으로 추정된다. 한국의 지난 3분기 경제성장률은 0.1%로 예상치인 0.5%를 크게 하회했다. 경제를 지탱하는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력품목의 수출 증가세가 둔화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정책 리스크까지 높아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보편적 관세 정책 등 자국 보호주의를 강조하고 있어 국내 수출 경기가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연구원은 트럼프 당선인의 보편적 관세가 실제로 부과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이 최대 14%(약 93억달러)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이날 내년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하향 조정했다. 한은은 기준금리 인하 결정과 함께 발표한 수정경제전망에서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1%에서 1.9%로 내렸다. 이는 내년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를 고려한 것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