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역대급 이자이익을 거둔 은행권과 상생금융 지원을 논의 중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관치금융 논란이 되풀이되는 모양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은행권과 구체적인 사회환원 방법과 규모를 조율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상생금융 방안으로는 자영업자 등의 채무부담을 덜어주는 방식이 거론된다.
정부의 금융정책 싱크탱크 역할을 담당하는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근 가계대출 및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와 연체 현황’ 보고서를 지난 26일 냈다. 보고서를 통해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하고 있지만,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부채 부담과 연체율이 증가하며 부실 위험이 크다고 진단했다.
자율적으로 상생금융에 나서달라는 ‘당부’도 나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8개 은행지주(KB·신한·하나·우리·NH·BNK·DGB·JB) 이사회 의장들과 만나 “장기적 관점에서 금융소비자와 함께 성장하려는 노력보다 손쉬운 방법으로 단기성과를 올리는 데 집중해왔다”며 쓴소리했다.
이 원장은 이어 내년 은행지주의 당면 현안으로 △경제·금융환경 불확실성에 대비한 경영전략 수립 △금융지주 책무구조도 시행 등 내부통제 강화 △자율적인 상생금융‧사회공헌 노력 등을 꼽았다.
이 원장은 지난해부터 진행 중인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과 민생금융지원방안에 대한 은행권 노력을 치하하며, 내년에도 상생금융을 위해 자율적인 노력을 기울여 달라고 덧붙였다.
은행권은 지난해 기준 1조6000억원의 사회공헌 활동 등을 실시했으며 지난해 12월 발표한 2조1000억원 규모 이상의 민생금융지원방안 등도 추진하고 있다.
금융지주들은 은행을 통해 이자 장사로 손쉽게 수익을 창출했다는 따가운 시선 속에 이익 환원에 대한 압박을 받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의 올해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총 16조 58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증가했다.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금융지주별로 살펴보면 △KB금융 4조3953억원 △신한금융 3조9856억원 △하나금융 2조1958억원 △우리금융 2조2195억원 △NH농협금융 2조659억원이다.
지난해에도 김주현 전 금융위원장과 이 원장은 8대 금융지주 회장 간담회에서 은행권에 상생금융지원을 촉구했다. 김 전 위원장은 상생금융 규모와 관련해 횡재세 도입시 은행들이 내야 할 비용(약 1조9000억원)을 기준삼아 금융권을 압박했다. 이에 은행권은 ‘2조원+α’ 규모의 상생금융 선물보따리를 내놨다.
상생금융 압박에 은행들은 속을 끓이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가 이뤄진 것은 없다”면서도 “소상공인 자영업자 위주로 비금융 서비스 강화를 일단 추진 중” 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지주 자체적으로도 이미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공헌을 하고 있는데 당국 눈에는 성에 안차는 모양”이라고 설명했다.
당국은 예대마진을 많이 벌었다며 은행권을 질타하지만, 정작 대출금리를 높이게 한 건 당국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왔다.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언행일치가 안되는 것처럼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금융 포퓰리즘이 갈수록 과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