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회계감리에 시세조종 의혹 재조명…영풍, 임시주총 앞두고 변수 맞나

금감원 회계감리에 시세조종 의혹 재조명…영풍, 임시주총 앞두고 변수 맞나

- 이복현 “환경오염 관련 회계상 문제점 발견, 감리 전환”
-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 부작용 고민” MBK 인수 시도 ‘저격’
- 시세조종 의혹도 재조명…“조사 결과 따라 임시주총 영향”

기사승인 2024-11-30 06:00:07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금융감독원 

고려아연과 지분 대결 이후 임시주주총회 표 대결을 앞두고 있는 영풍그룹이 금융감독원의 감시 범위 내에 들어오게 되면서 임시주총의 변수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8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8개 은행지주 이사회 의장 간담회를 마친 후 기자들과 만나 “영풍 측의 환경오염 손상차손 미인식과 관련한 회계상 문제점을 발견했다”며 “이번 주부터 감리로 전환해 현장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이 원장은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신속히 회계 부적정 처리에 대해 결론을 낼 것”이라며 “시장질서 교란 행위와 관련해서는 (고려아연이나 영풍·MBK파트너스) 어느 쪽이 됐든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지난달 고려아연과 영풍을 대상으로 회계심사에 돌입한 바 있다. 공개매수 과정에서 제기된 충당부채나 유상증자 결정 과정에서 투자주식 손상 의혹 여부 등을 살피기 위해서다. 회계심사 과정에서 문제 적발 시 감리조사로 전환된다.

이로 인해 영풍·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거졌던 ‘시세조종 논란’도 덩달아 재점화 되는 모습이다. 공개매수 초기 주당 66만원을 제시했던 영풍 측은 두 차례 인상을 통해 공개매수가격을 83만원까지 높인 바 있다. 

영풍 측의 공개매수 마지막 날인 지난달 14일 고려아연 주가는 오전부터 꾸준히 상승해 오후 1시10분경 이날 최고가인 82만원을 기록했다. 직전 거래일인 지난달 11일 고려아연이 대항 공개매수가격을 89만원까지 높이면서 매수세가 몰렸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이후 고려아연 주가는 최고가(82만원)에서 2시간 만에 이날 최저가인 77만9000원까지 떨어졌다. 당시 고려아연 측은 “당시 주가가 최고가를 찍고 난 후 특정 시간대에 수차례 대량 매도가 있었던 점을 미뤄봤을 때 의도적인 주가 끌어내리기가 있었다고 보고 금감원에 진정을 제기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영풍 역시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과정에서 방해 목적의 불공정거래 행위 등이 있었다며 금감원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번 금감원의 감리조사 결과에 따라 향후 예정된 임시주총에도 영향이 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이 원장이 MBK의 고려아연 인수 시도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우려를 나타내면서 이 또한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 원장은 “과거에는 당국이 산업자본의 금융자본 지배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면, 이제는 금융자본의 산업자본 지배에 대한 부작용을 고민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갖고 있다”면서 “특히 특정 산업군은 기간을 20~30년으로 길게 봐야 하는데, 5년~10년 내에 사업을 정리해야 하는 형태의 구조를 가진 금융자본이 산업자본을 지배하게 됐을 때,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주주가치 훼손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화두로 삼아서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MBK 측은 고려아연 인수와 관련해 단기투자 및 엑시트 등 약탈적 자본 투자에 대한 비판이 일자 최대 10년가량의 장기투자를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의 조사 결과에 따라 내년 1월쯤으로 예정돼 있는 임시주총의 향방이 결정될 수 있는 데다, 자칫 임시주총 개최 여부 자체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질 수 있다”면서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데 있어 양측의 노력이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재민 기자
jaemin@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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