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중국의 인공지능(AI) 개발 등을 막기 위해 타국의 대중국 수출을 통제했다. 한국산 고대역폭메모리(HBM)도 수출 통제 품목에 포함됐다.
미국 상부무 산업안보국(BIS)은 2일(현지시간) 관보를 통해 HBM 및 첨단 반도체 장비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 개정안을 발표했다. 미국이 지정한 무기금수국(중국 포함 24개 국가)으로 수출하기 위해서는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 것이 골자다.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오는 2025년 1월1일부터 수출통제 대상 품목에 특정 사양의 HBM 수출을 금지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메모리 대역폭 밀도가 2 GB/s/mm2를 초과하는 경우다. 이에 따라 현재 생산 중인 모든 HBM이 통제 대상에 해당된다. 또한 반도체 장비 통제도 확대된다. 현재 통제 중인 29종의 첨단 반도체 장비에 더해 열처리·계측장비 등 새로운 반도체 장비 24종 및 이와 관련된 소프트웨어 3종 등이 새롭게 추가됐다.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도 적용된다. 미국 외의 제3국에서 생산된 HBM 및 반도체 장비라도 미국산 소프트웨어나 장비, 기술 등이 사용됐다면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기업 상당수가 미국산 기술과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하고 있기에 대다수가 적용 대상이 된다.
이외에도 미국 우려거래자 목록에 중국 소재 첨단 반도체 제조 시설과 기업 등 140개 기업·기관이 추가됐다.
현재 HBM을 제조, 양산할 능력을 갖춘 기업은 한국의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미국의 마이크론 등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도 미국의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사용 중이기에 FDPR에 따라 해당 제재를 적용받게 된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모두 공식적인 수출처 등을 밝힌 바 없다. 다만 SK하이닉스는 현재 생산 중인 HBM 전량을 미국에 공급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중국에 HBM을 수출하고 있으나, 전체 공급량 중 큰 비율은 아니라는 추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에서도 국내 업계 영향과 관련해 “HBM을 생산하는 우리 기업에 다소 영향이 있을 수 있으나, 향후 미국 규정이 허용하는 수출 방식으로 전환함으로써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반도체 장비 관련 국내 기업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고, 기존 VEU 승인을 획득한 중국 내 우리 기업에 대해서는 이번 조치와 관계없이 수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향후 트럼프 행정부 2기에서의 대중 규제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양팽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이번 조치는 트럼프 행정부가 아닌 바이든 행정부에서 시행하는 것”이라며 “향후 트럼프 행정부로 갈 경우, 대중 규제는 더욱 심화될 것이다. 여기에서 더 완화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중국이 맞대응으로 반도체 공급망 카드를 꺼낼 수 있다고 봤다. 김 전문연구원은 “중국이 미국에 대한 보복으로 반도체 원재료에 대한 수출 통제에 나설 경우 국내 기업도 타격을 받을 수 있다”며 “다만 정확히 예측하기가 어려워 대응도 어렵다. 반도체가 아닌 관세보복 등 다른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