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현실화에 분노한 야당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추진하고 나섰다. 급변하는 정국 속에 증시 불확실성은 커지고 있다. 증권가는 시장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정부 지원에 힘입어 충격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4일 정치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개혁신당·진보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은 이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야당은 5일 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되도록 한 뒤 오는 6∼7일에 표결할 계획이다. 야당은 계엄 사태로 윤 대통령이 자격을 상실했다고 판단했다.
문제는 탄핵정국이 우리 증시에 대형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가 신용을 떨어트려 외국인의 ‘셀 코리아’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계엄 사태 다음날인 4일 외국인 자금이 대량 이탈했다. 외인은 코스피 시장에서 4090억원 어치를, 코스닥 시장에선 160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외인 이탈에 코스피는 1.44% 하락한 2464.00에, 코스닥은 1.98% 하락한 677.15에 장을 마감했다.
증권가는 정치 불안에 따른 단기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본다. 다만 무제한 유동성 공급 조치 등 금융시장 안정화 대책에 힘입어 조정 폭은 제한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나증권 리서치센터는 보고서에서 “변동성 극대화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은 위험자산 회피 현상으로 이어질 것”이라며 “계엄령은 해제됐으나 법리논란 등 후폭풍이 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주식·펀드 등 고객들의 자금이탈 우려가 상존하며, 주식 시장에서 불확실성에 따른 단기 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외인들도 변동성 확대에 따른 불확실성으로 투자금 일부 회수 가능성, 특히 상대적으로 부족한 국내시장 유동성을 고려할 때 외국인 투자금 회수가 실현될 경우 낙폭을 확대할 가능성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고유의 정치 불확실성 자체가 높아졌다는 점은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부정적인 시각을 심어줄 수 있고, 이는 장 개시 이후 국내 증시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한 연구원은 “다만 당국에서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을 포함한 금융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가격 변화에 반응하기 보다는 관망으로 대응하며 금융 시장 불안이 진정되는 것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대신증권 이경민, 문남중 연구원도 “사태 이후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 확대가 불가피하다. 단기 변동성 확대를 경계해야한다”라면서도 “비상계엄 선포 직후 해제됐고 이 과정에서 환율, 야간 선물 시장 등 낙폭이 축소됐다는 점을 감안할 때 금융시장 충격 강도는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국내 증시와 환율 시장이 극심한 저평가 영역에 위치한 만큼 점차 안정을 찾아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은 시장 안정을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방침이다. 증시는 10조원 규모 증안펀드 등 시장안정조치가 언제든 즉시 가동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채권시장·자금시장은 40조원 규모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을 최대한 가동해 안정을 유지하기로 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정책금융기관, 금융유관기관, 금융협회들과 함께 금융시장 불안 확산을 방지하고 금융시장이 정상적, 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