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 계엄령 사태’ D+1, 증시·환율 위기 넘겼다

‘비상 계엄령 사태’ D+1, 증시·환율 위기 넘겼다

리스크 여파에도 국내 증시 ‘일부 선방’
원·달러 환율, 상승분 소폭 되돌려
비트코인 필두 가상자산, 대폭락 이후 재등반 성공

기사승인 2024-12-04 17:44:31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령 선포·해제 다음날 증시 폭락과 환율 급등 등 우려됐던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다. 24시간 거래되는 가상자산 시장도 낙폭을 대부분 회복했다. 다만 정치 혼란을 우려한 외국인 이탈을 피하지는 못했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44%(36.10p) 하락한 2464.00에 장을 마감했다. 개장 직후 2% 가까이 떨어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됐으나, 낙폭을 소폭 만회한 상태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 지수는 1.98%(13.65p) 내린 677.15로 주저앉았다. 

앞서 한국거래소는 비상 계엄령 이슈에 장 운영 여부가 미정이라고 밝혔다. 이후 거래소는 정은보 이사장 주제로 비상시장점검회의를 개최한 뒤 해외에 상장된 한국물의 가격 및 거래상황, 환율 동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이날 증권시장 및 파생상품시장 정상 운영을 결정했다. 그러나 리스크에 따른 하락은 불가피했다.

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거래소가 시장을 열지 않으면 외국인에게 국내 금융시스템에 대한 우려감을 더욱 불러왔을 것”이라며 “개장 전 상황이 마무리된 만큼, 시장을 열어 자체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날 하락세는 시장 전망대로 국내 정치 리스크 심화에 따른 외국인 수급 이탈이 주된 영향을 미쳤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서 각각 4088억원, 155억원 순매도했다. 전날 외국인이 합산 7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순매수를 단행했던 것과 비교하면 하루 만에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된 셈이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상위 기업들은 1~2%대 하락 마감했다. 시총 1위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0.93% 내린 5만3100원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2.02%), 삼성바이오로직스(-0.62%), 현대차(-2.56%), 셀트리온(-2.09%), 삼성전자우(-0.55%) 등도 내림세를 보였다. 상승세를 시현한 종목은 고려아연(8.37%), SK하이닉스(1.88%), 기아(0.10%)뿐 이었다.

유독 금융주들의 하락세가 두드러졌다. 시총 8위 KB금융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5.73% 급락한 9만5400원으로 후퇴했다. 신한지주(-6.56%), 하나금융지주(-6.67%), 우리금융지주(-2.79%) 등도 일제히 떨어졌다. 정부의 밸류업 프로그램 동력이 후퇴한 것으로 평가되면서 금융주의 하락세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보험주와 증권주도 마찬가지다. 삼성생명(-4.40%), 한화생명(-4.05%), 삼성화재(-4.94%), DB손해보험(-5.72%), 현대해상(-3.36%), 롯데손해보험(-1.68%) 등이 약세를 보였다. 삼성증권(-3.45%), 메리츠금융지주(-1.80%), 미래에셋증권(-3.53%), NH투자증권(-2.34%), 한국금융지주(-3.34%) 등도 하락했다.

치솟던 원·달러 환율, 정규장서 소폭 하락

비상계엄 후폭풍은 환율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밤사이 야간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46.50원까지 치솟으면서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원·달러 환율은 고점을 찍은 뒤 상승폭을 반납하면서 이날 새벽 2시 1425.0원에 장을 마감했다. 국회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가결한 게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후 시작된 정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5.2원 오른 1418.1원으로 장을 시작했다. 등락을 반복하던 원·달러 환율은 과열된 상승세가 다소 완화되면서 1410.1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이 안정세를 보인 배경에는 금융당국 조치가 있었던 것으로 해석된다. 금융위원회는 주식시장 충격에 대비해 10조원 규모의 증안펀드 등을 즉시 가동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채권시장·자금시장의 경우 40조원 규모 채권시장 안정펀드와 회사채·CP 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현재 외환시장 및 해외한국주식물 시장은 점차 안정된 모습을 찾아가고 있다”며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우려가 있는 만큼 불안 확산을 방지하고, 금융시장이 정상적·안정적으로 작동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조치를 취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폭락했던 가상자산, 낙폭 대부분 회복

가상자산 시장은 정치 리스크 여파를 가장 먼저 맞이했다. 24시간 거래되는 특성상 정규장 시스템 자체가 없어 밤사이 진행된 비상 계엄에 직접적으로 노출됐기 때문이다.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 통계를 살펴보면, 대장주인 비트코인 가격은 비상 계엄령이 발표된 직후인 전날 오후 10시30분 8867만원까지 급락했다. 불과 30분 전인 오후 10시 1억3335만원에 거래 중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33.50% 떨어졌다.

최근 투자자 매수세가 집중된 유명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가상자산)도 마찬가지다. 당시 리플, 도지코인, 스텔라루멘, 이더리움 가격도 30분 전 대비 각각 56%, 47%, 53%, 37% 하락했다. 

그러나 가상자산 시장은 낙폭을 대부분 회복한 상태다. 오후 5시5분 기준 비트코인은 1억3535만원에 거래 중이다. 리플(3703원), 도지코인(590원), 스텔라루멘(721원), 이더리움(521만원) 등도 급락 시점 이전 가격을 상회하거나, 하락분을 만회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정치 리스크에 갑작스럽게 하락해도 다시 상승할 것이란 투자자 심리, 저가 매수세 등이 함께 움직인 영향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창희 기자
window@kukinews.com
이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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