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쓰면 일상 가능한데”…‘급여 사각지대’ XLH 성인 환자 [쿠키인터뷰]

“신약 쓰면 일상 가능한데”…‘급여 사각지대’ XLH 성인 환자 [쿠키인터뷰]

박순배 XLH 환우회장 인터뷰
기존 치료제 장기복용하면 부작용
“새우처럼 등 굽고 걷지 못해”
신약 ‘크리스비타’, 12세 이하 소아만 급여
“성인 환자도 일상 찾도록 보험 적용해야”

기사승인 2024-12-13 15:26:48
박순배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XLH) 환우회 회장은 12일 쿠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XLH 신약의 성인 급여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XLH 환우회

“아이가 울면서 얘기했어요. ‘하루만이라도 안 아프다 죽었으면 소원이 없을 것 같다’라고요. 그 때 결심했어요. 아이를 위해 목소리를 내기로요.”

박순배 X-염색체 연관 저인산혈증(XLH) 환우회(이하 XLH 환우회) 회장은 12일 본지와 만나 최근 환자단체를 만들게 된 계기를 전했다. 환우회 출범 이후 지난 10월 처음 연 모임은 전국 40여명의 XLH 환자가 함께했다. 이들 모두가 최우선으로 바라는 건 한 가지, 바로 치료제의 급여 확대였다.

XLH는 2만명당 1명꼴로 발생하는 희귀질환이다. 인산염 재흡수에 문제가 생기면서 나타나는 데 저신장, 성장 장애, 치아 손실 등 전신에 걸쳐 다양한 증상을 유발해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기 쉽다. 이로 인해 효과적인 치료제가 있어도 부적절한 치료로 인해 극심한 정신적, 신체적 고통을 겪는 사례가 적지 않다. 

박 회장의 자녀도 XLH 진단을 받기까지 기나긴 시간이 걸렸다. 생후 100일 때 아이의 한쪽 다리가 휘어있는 것을 발견하고 병원을 수소문했던 박 회장은 수년이 지난 뒤에야 딸 아이의 정확한 병명을 알게 됐다. XLH는 극희귀질환인 만큼 치료할 수 있는 병원이 제한적이다.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더라도 복합적인 증상 탓에 진료과를 여러 차례 바꾸고 나서야 제대로 된 약을 받을 수 있었다. 

그러나 아이가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던 기간은 고등학교 때까지였다. 20세가 되던 해, 아이의 삶은 약의 부작용으로 순식간에 무너졌다. 밤새 전신 통증을 겪어 잠을 설치고, 등은 새우처럼 서서히 굳기 시작했다. 걷는 것조차 힘들어지고, 결국 화장실을 혼자 힘으로 갈 수 없게 됐다. 기존 치료제를 오랫동안 복용하면서 생긴 부작용이었다. 박 회장은 “부갑상선항진증 진단을 받았다”며 “뼈에서 칼슘과 인이 빠져나가 뼈 마디마디에 통증이 발생하고 엿가락처럼 약한 상태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영을 즐기고 스케이트를 타던 아이였다. 전국을 여행하겠다는 꿈도 있었다”며 “모든 게 진작 병원을 데려가지 않은 내 탓인 것만 같았다. 세상이 무너지는 느낌이었다”고 토로했다. 

희망은 있었다. 의료진은 XLH 저인산혈증 구루병 신약 ‘크리스비타’를 쓰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권했다. 해당 신약은 지난해 5월 12세 이하 소아 XLH 환자를 대상으로 급여가 인정됐다. 성인에게는 지원되지 않는다. 주사 한 번에 약 1300만원, 1년에 1억~2억원을 부담해야 하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박 회장은 집까지 팔며 자녀의 치료를 놓지 않았다.  

박 회장은 “네 번 정도 약을 투여하고 나서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 혼자 조금씩 걷기 시작했다”며 “침대에만 누워있던 아이가 워킹홀리데이를 떠나고 싶다고 했다. 다시 꿈을 꾸고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보니 어떻게 해서라도 약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치료제가 환자들에게 생명줄 같은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며 “우리 아이처럼 기존 약으로 인해 부작용을 겪는 성인 환자들이 많은데, 신약을 통해 이들이 본인 발로 방 밖으로 걸어 나올 수 있는 기회를 갖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박 회장은 XLH 치료제의 성인 급여화에 중점을 두고 환우회 활동을 전개할 방침이다. 박 회장은 “XLH는 평생 질환인데, 신약 접근성이 너무 낮아 좋은 치료 방안이 있어도 환자들에게는 그림의 떡”이라며 “소아와 성인 구분 없이 모두 보험이 적용되는 정책이 절실하다”고 피력했다. 또 “소아 환자들도 까다로운 재심사 기준 때문에 급여 대상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있다”며 “치료제를 계속 쓸 수 있도록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관련 부처에서 기준을 완화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선혜 기자
betough@kukinews.com
박선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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