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행정안전부와 경찰 대응에 대한 적절성을 따져 물었다. 경찰 간부들은 일제히 “비상계엄의 위법·위헌성이 충분하다”고 인정했다.
국회 행안위는 13일 전체회의를 열고 행안부·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경찰청·서울경찰청 등에 대한 현안질의에 나섰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날 전체회의에 전원 불참했다. 야당 의원들은 조지호 경찰청장이 국회에서 위증했다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조 청장은 지난 5일 계엄 직후 열린 행안위 현안 질의에서 ‘비상계엄은 언론을 통해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동선 기록 제출본에도 오후 6시부터 10시까지 공관과 집무실에 머물렀다고 기재했다. 다만 조 청장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밤 윤석열 대통령에게 계엄 관련 지시 사항을 사전에 전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행안위 야당 간사 윤건영 의원은 “조 청장은 지난 5일 ‘대통령실로 연락받은 것이 있냐는’ 신정훈 행안위원장의 질문에 대통령의 전화를 직접 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국회를 상대로 거짓말을 했다”며 “지금 드러난 사실을 보면 조 청장은 비상계엄 선포 이전 윤 대통령과 안가에서 내란을 도모했고, 계엄 선포 이후에도 대통령 지시를 받고 움직였다”고 위원회 차원의 처벌을 촉구했다.
같은 당 박정현 의원도 “조 청장의 답변은 새빨간 거짓말임이 밝혀졌다. 국민이 생중계로 지켜보고 있는 현안질의에서 당당하게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그러나 증인 선서를 하지 않아 위증죄를 물을 수 없게 됐다. 위증으로 국민을 속이는 제2의 조지호를 예방하기 위해 신 위원장께서는 ‘국회에서의 증언 감정 등에 관한 법률’에 따른 선서를 현안질의 시 할 수 있도록 조치해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이에 대해 신 위원장은 “계엄과 관련된 거짓 증언과 의혹을 규명하고 바로잡을 것”이라며 “증인 선서를 하지 않았다고 방심하지 말라. 엄정히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진 현안 질의에서는 비상계엄 당시 국회의원의 국회 출입을 전면 통제한 경찰 관계자들을 향한 질타가 이어졌다. 먼저 야당 의원들은 비상계엄의 위헌성을 인지하는지 따져 물었다. 경찰 간부들은 “위헌성이 충분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12·3 비상계엄 사태는 위헌이냐’는 위성곤 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맞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최현석 서울경찰청장 직무대행도 같은 질문에 “위법성과 위헌성이 충분히 있다고 본다”고 했다. 김준영 경기남부경찰장 역시 “많은 법률가들이 위헌성을 말하고 있고 그에 동의한다”고 말했다.
계엄 선포 이후 조 청장의 국회 출입 통제 지시를 포함해 경찰 대처에 대한 질책도 이어졌다. 상관의 지시라면 ‘위헌·위법’한 계엄 선포에도 불구하고 따르는 것이 적절한 것인지 따졌다. 경찰 관계자들은 계엄 선포에 대한 내용을 정확히 알지 못했다며 조 청장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등의 원론적인 답변을 내놨다.
신 위원장은 당시 경찰의 무전 기록을 두고 “명백히 위법한 명령이 내려왔는데 아무도 문제 제기 하거나 저지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중요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는 경찰이 이런 판단을 했다는 것은 문제적이다. 업무 수행에 있어 헌법과 기본적 법령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했다.
이광희 민주당 의원은 “비상사태가 생겼을 때 경찰은 누구를 보호해야 하는가. 그런데 비상계엄 당시 경찰은 누구를 보호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헬기에서 내리는 계엄군을 보호하고 국회 난입하는 공수 부대를 안내했다. 지금까지 경찰이 보호하려고 한 것은 정권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한 것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모경종 민주당 의원도 이호영 경찰청장 직무대행을 향해 “국민에게 사과한 적 있느냐”며 “국민은 경찰을 신뢰했다. 지금도 신뢰해야 되는 게 국민이다. 지금 일어나 경찰을 대표하는 입장에서 국민께 허리 숙여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에 이 직무대행은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 숙여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