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에 연루된 군·경 수뇌부들이 줄줄이 검찰과 경찰 등에 소환·체포돼 조사를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가운데, 수사 시계가 더 빨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15일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특수본)와 경찰 국가사수본부(국수본)·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국방부조사본부 등은 계엄 사태 관련 내란죄 수사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검찰 특수본은 이날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곽 사령관은 앞서 국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으로부터 ‘의결 정족수가 채워지지 않았으니 빨리 문을 부수고 들어가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폭로한 바 있다. 다만 당시 곽 사령관은 해당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검찰 특수본은 같은 날 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수방사령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특수본은 지난 13일 이 사령관을 체포,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해 왔다. 체포 시한(48시간)인 이날 오후 9시가 지나기 전 구속영장을 청구해야 한다.
이 사령관은 비상계엄 선포 당일 국회에 휘하 부대를 투입한 인물이다. 검찰은 이 사령관이 윤 대통령으로부터 “끌어내라”는 지시를 두 차례 받았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당시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해 국회 본회의장 내 의원들을 끌어내라고 지시한 것으로 추정된다.
검찰 특수본은 14일 계엄사령관을 맡았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박 총장을 상대로 포고령 포고 경위와 합동참모본부 지휘통제실 내 결심지원실(결심실)에서 윤 대통령과 논의한 내용 등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특수본은 지난 8일 ‘핵심인물’인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긴급체포하며 계엄 관련 수사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난 11일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김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모든 책임은 저에게 있다”며 영장심사를 포기했던 김 전 장관은 지난 13일 갑자기 태도를 바꿨다. “내란수사와 재판 시도가 내란”이라며 검찰 조사에서 진술을 거부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날인 12일 “계엄 선포는 통치행위다. 마지막 순간까지가 국민 여러분과 함께 싸우겠다”는 윤 대통령의 담화에 영향을 받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특수본과 군 검찰의 공조에 따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도 구속됐다. 여 사령관은 계엄 당시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에 방첩사 요원을 보내고 여야 대표 등 주요 인사의 체포 및 선관위 서버 확보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의 지시로 주요 정치인들은 체포, 경기 과천 국군방첩사령부 지하벙커에 수감하라는 명령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경찰 국수본과 공수처, 국방부조사본부 등은 공동조사본부(공조본)를 출범시켜 수사를 진행 중이다. 국수본은 지난 11일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등을 긴급체포했다. 이후 경찰의 1인자와 2인자인 이들은 동시에 구속됐다. 조 청장과 김 청장은 계엄 당일 윤 대통령을 만나 관련 지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에 내란 계획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또한 계엄 당일 국회 출입 통제에 관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계엄 해제 표결을 막기 위해 국회의원의 출입을 막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공수처는 윤 대통령을 향해 칼끝을 겨누고 있다. 지난 9일에는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했고, 법무부가 이를 받아들여 윤 대통령에 대한 출국이 금지됐다. 현직 대통령에 대한 출국이 금지된 것은 헌정 사상 최초다. 오동운 공수처장은 앞서 국회에 출석해 윤 대통령에 대한 긴급체포와 구속영장 발부를 시도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