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최근 이수페타시스에 이어 현대차증권 유상증자 신청도 반려했다. 주주 반발이 심한 가운데, 국내 증시 상황과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고려한 결정이 아니겠느냐는 해석이 나온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지난 13일 현대차증권에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구했다. 투자위험요소 등 신고서에 담긴 내용 중 일부를 보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증권은 2000억원 규모 신주를 상장하기 위해 지난달 26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다.
금감원은 앞서 이수페타시스 측에도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했다. 이수페타시스는 이차전지 소재 기업인 ‘제이오’ 지분인수를 위해 550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추진 중이다. 이수페타시스는 지난 11일 정정 신고서를 제출했다.
유상증자는 기업이 돈이 필요할 때 신주를 발행해 그 주식을 타인에게 파는 걸 의미한다. 유상증자 목적은 크게 자금 마련과 재무구조 개선, 경영권 방어 등이다.
기업 입장에선 자금을 조달해 운영하는데 도움이 되지만, 기존 주주는 불리할 수 있다. 신주 발행가액이 시가보다 낮게 정해지면, 기존 주주로선 보유 중인 주식 가치가 시가보다 낮아지므로 이익을 침해당한다. 신주인수에 불참한 주주라면 지분이 하락해 중요 안건에 관한 의사결정에서 지배력이 낮아진다.
유상증자를 하려면 증권신고서를 제출해야 하고 금감원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양사 유상증자 신청 절차엔 하자가 없다.
다만 유상증자로 주주 피해가 불 보듯 뻔한 만큼 최근 당국 스탠스도 주주 보호에 더 무게를 싣는 게 아니냐고 전문가들은 해석했다.
서은숙 상명대 교수는 “증권신고서는 투자자 이익에 반하는 정보를 주거나, 절차를 위반할 때 반려가 가능한데 이번 사례는 절차를 위배한 게 없는데도 반려한 것”이라고 지목했다.
이어 “주식시장이 어려울 때 직접 피해를 입는 건 주주”라며 “주주와 소통을 많이하고 달래가면서 주주가치를 올리는 차원에서 접근해야지 목표가격보다 주가를 낮게 잡아서 유상증자하면 주주 피해가 크기 때문에 그런 부분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증권가도 정부가 결정에 앞서 투자자 보호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금감원은 소액투자자 권익이 침해되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본 다음 유권해석을 내릴 것”이라며 “밸류업 프로그램도 마찬가지지만, 정부가 주주환원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어서 이런 부분이 의사 결정에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금감원 스탠스에 대해 ‘이렇다’라고 말할 순 없지만 신경 쓰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라며 “투자자 혹은 주주가치를 두루 살피고 챙기는 게 금감원 역할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은 소홀히 할 수 없어서 당연히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각사가 제출한 정정 증권신고서를 심사한 다음 증자 승인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금감원 승인 시 이수페타시스가 발행하는 신주는 2010만3080주로 증자 전 전체 발행주식(6324만6419주)의 31.78%에 달한다. 신주배정기준일은 내달 3일이다. 현대차증권은 신주 3012만482주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는 기존 발행주식의 94.9%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증권신고서) 내용이 충실한 지 심사하고 있다”라고만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