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게임 산업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된다. 부정적인 영향이 우려되는 가운데 호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어 ‘독이 든 성배’라는 의견이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출범을 앞두고 전 산업군이 분주한 모양새다. 바이든 정부 방향성과 기조가 다를 뿐만 아니라, 보다 강경한 정책을 펼치리라 예상돼서다. 게임 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보호무역주의 강화는 도전적 과제다. 트럼프 당선인은 1기보다 강력한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다. “관세가 미국을 부유하게 만들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도 높은 압박을 예고하고 있다. 게임 수출에서도 관세 장벽이 높아질 수 있다.
콘솔 등 기기 가격 인상도 예상된다.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는 지난 10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노트북‧타블렛과 비디오 게임 콘솔 관세가 각각 46%, 40%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국내 게임 산업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것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트럼프의 대(對) 중국 정책이 중국 내 경제‧산업 환경 불안정성을 높일 수 있어서다. 텐센트 등 중국 기업에 대한 압박이 가해질 수도 있다. 실제로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 2020년 모든 거래를 금지하는 행정명령 대상에 텐센트를 올렸다. 이 때문에 게임 퍼블리싱 사업 등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잇따르기도 했다.
질병 코드 등재 사안과 관련해서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당선인은 과거 재임 시절부터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드러내왔다. 지난 2018년 게임 산업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서 백악관 공식 유튜브에 올라온 ‘비디오 게임의 폭력성’이라는 영상을 틀며 “이런 게 바로 폭력”이라고 짚었다. 2019년에는 총기 난사 사건과 관련한 책임을 게임에 돌리기도 했다.
김태규 인제대 게임학과 교수는 “폭력성이 두드러지는 장르 대신 방치형 역할수행게임(RPG) 등 개발 트랜드가 바뀔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정부효율부 수장에 내정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최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에 “‘패스 오브 엑자일2’는 ‘엘든링’과 ‘디아블로’ 사랑의 결정체”라고 올리거나 과거 ‘엘든링’ 플레이 화면을 게재하기도 했다. 지난 28일에는 “AI 게임 스튜디오를 만들려고 한다”며 “게임을 다시 위대하게 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트럼프 당선인의 ‘친(親)가상자산’ 정책 기조는 게임사에 호재일 것으로 점쳐진다. 트럼프 당선인은 “미국을 가상자산 수도로 만들겠다”, “비트코인을 전략 자산으로 비축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트럼프 2기 동안 가상자산 기업 자율성이 강화되고 규제 완화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게임 코인을 발행하거나 게임 내 가상자산 생태계를 꾸린 경우, 사용자 기반을 확대하고 수익성을 높일 기회가 될 수 있다.
투자 유치 부분은 복합적이다.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지난 2022년 마이크로소프트가 위메이드에 210억원을 투자하기도 했다. 장현국 당시 위메이드 대표는 기자간담회서 “디지털 경제 플랫폼으로 나아가겠다는 위메이드 비전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 측이 많은 관심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기업의 해외 투자가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 교수는 “직접적으로 게임 산업을 겨냥한 정책이 없긴 하지만, 여러 영향을 주리라 예상한다”며 “규제보다는 게임 개발 활성화, 산업 성장을 위한 정부 정책과 지원이 중요한 시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