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로 보는 올해 ‘K-게임’ [2024 결산]

숫자로 보는 올해 ‘K-게임’ [2024 결산]

기사승인 2024-12-24 06:00:06
올해 게임업계는 활기가 넘쳤다. 좋은 소식만 들린 것은 아니었지만, 전체 게임 산업을 돌아봤을 때 필요한 걸음들이었다. 이용자 권익이 주요 의제로 떠올랐고, 장르 다양성도 확대됐다. 기록할 만한 부문을 숫자로 돌아본다.

지난 11월 열린 지스타 2024에서 방문객이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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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 해 게임업계 가장 화두는 ‘확률형 아이템’이다. 지난 2021년 넥슨 역할수행게임(RPG) ‘메이플스토리’에서 확률형 아이템인 ‘큐브’ 옵션이 이용자에게 알린 것과 다르다는 의혹이 단초가 됐다. 당시 인기 옵션 조합인 ‘보보보’, ‘드드드’ 등은 나올 확률이 0%였음에도 알리지 않았던 것이다. 올해 1월 넥슨은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로부터 과징금 116억원을 부과 받았다. 게임사가 받은 과징금 중 역대 최대다. 지난 9월에는 공정위와 한국소비자원 집단분쟁조정이 성립되며 219억원 가량을 피해자 80만명 모두에게 보상해주기로 했다.

올해 3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도 했다. 게임물을 유통하거나 이용에 제공할 목적으로 게임물을 배급‧제공하는 이들이 아이템 종류와 공급 확률을 표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확률형 아이템을 둘러싼 논란은 내년에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5개사를 대상으로 공정위가 확률형 아이템 확률 조작 의혹을 조사 중이다. 크래프톤 ‘배틀그라운드’, 위메이드 ‘나이트 크로우’, 그라비티 ‘라그나로크 온라인’, 웹젠 ‘뮤 아크엔젤’, 컴투스 ‘스타시드: 아스니아 트리거’ 등이다. 

법적 분쟁도 확산될 수 있다. 이용자가 넥슨코리아를 상대로 메이플스토리 확률형 아이템 조작으로 피해를 입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이용자 일부 승소 판결이 나면서다. 공정위 조사와 별개로 게임사와 이용자 소송으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월8일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앞에서 유튜버 김성회씨와 이철우 변호사가 헌법소원심판 청구서 제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유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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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 목소리에 한층 힘이 실린 해이기도 하다. 처음으로 이용자 단체와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지난 3월 ‘물밑 소통’을 시작한 이후 벌써 두 차례 정식 소통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정점은 게임물 사전 등급 분류와 제작‧유통 처벌 근간이 되는 법에 대한 헌법소원심판 청구다. 해당 청구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룰 제32조 제2항 제3호가 “게임 이용자 문화 향유권과 게임 종사자 창작 자유를 제한한다”는 주장에서 이뤄졌다. 21만751명이 청구인으로 참여하며 종전 최다 청구인 수를 깨고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게임 사전 등급분류 헌법소원 심판 청구가 화두에 올랐다. 진종오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당시 “게임에만 적용되는 기준을 영화 등 다른 저작물에 적용한다면 ‘오징어게임’, ‘DP’, 한강 작가의 ‘채식주의자’ 등도 제작 유통 금지가 될 것”이라며 “게임만 과도한 제한을 받을 사유가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서태건 게임물관리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11월 열린 취임 후 첫 기자간담회서 제도 보완을 약속했다. 그는 게임위원의 등급 분류 결정에 앞서 이용자와 업계 의견을 반영할 수 있도록 하는 절차를 명문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넥슨 판교 사옥 전경. 넥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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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업계 역시 기록할만한 일이 많았다. ‘메이플스토리’, ‘바람의나라’, ‘던전앤파이터’ 등으로 유명한 넥슨이 올해 창립 30주년을 맞았다. 30주년을 기념해 넥슨 게임을 대상으로 매달 이벤트를 진행했다. 넥슨 재단 역시 매달 운영 중인 사회 공헌사업과 연계해 이벤트를 진행했다. 11월 열린 ‘지스타 2024’에서는 주요 게임 음악을 편곡해 오케스트라로 선보였다.

반면 ‘리니지’로 성공 가도를 달려왔던 엔씨소프트는 녹록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올해 3분기 영업손실 143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2012년 2분기 이후 12년 만의 적자다. 희망퇴직 프로그램 역시 12년 만에 처음으로 실시했다. 인력감축을 통한 체질 개선은 올 초부터 예고된 바이기도 하다.

엔씨소프트 희망퇴직은 마무리되는 모양새나 진통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총 6개 사업부문을 물적분할로 자회사 설립했다. 회사는 분사 후 경영 악화로 인해 회사가 폐업할 경우, 3년 이내까지만 본사 재고용을 보장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때문에 직원들의 고용 안정성이 보장되지 않는 상황이다.

시프트업의 존재감이 두드러지는 해이기도 했다. 지난 2013년 회사 설립 이후 창사 11년 만에 코스피에 상장했다. 국내 최초로 소니와 세컨드 파티 계약을 통해 개발한 ‘스텔라 블레이드’를 출시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수상 행진을 이어가는 중이다. ‘2024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비롯해 7관왕에 오르기도 했다. ‘플레이스테이션 파트너 어워드’와 ‘PS 블로그 올해의 게임’에서도 각각 2개, 8개 부문에서 수상했다.

지난 11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4 전경. 사진=유희태 기자

2024-2025

2024년 올해는 신선한 게임들을 접할 수 있기도 했다. 넥슨 루트슈터 ‘퍼스트 디센던트’, 데브시스터즈 캐주얼 협동 액션 ‘쿠키런: 모험의 탑’, 시프트업 ‘스텔라 블레이드’ 등이다. 독창적인 게임들도 눈에 띄었다.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기반 추리 시뮬레이션 게임인 반지하게임즈의 ‘페이크북’, 크래프톤 크리에이티브 스튜디오 렐루게임즈 ‘언커버 더 스모킹 건’ 등이다.  

정부가 콘솔‧인디게임을 활성화를 지원한다는 정책 방향을 발표하기도 했다. 유망 게임을 발굴하고 콘솔‧인디게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겠다는 내용이다. 규제 개선을 통해 산업환경을 변화시키고 인재 양성에도 집중하겠다는 목표도 담겼다. 22대 국회 게임정책포럼이 출범하기도 했다.

2025년에도 다양한 장르 게임들을 만나볼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넥슨 ‘퍼스트 버서커: 카잔’, 펄어비스 ‘붉은사막’, 하이브IM ‘아키텍트: 랜드 오브 엑자일’ 같은 트리플 A급 게임부터 내년 출시를 목표로 개발 중인 트라이펄게임즈 소울라이크 트레이닝 게임 ‘베다(V.E,D.A)’, 한국판 심즈 크래프톤 ‘인조이(inZOI)' 등이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사태 이후 정국이 어지러운 가운데 변함없는 지원을 약속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이날 콘텐츠 분야 공공기관장 회의를 열고 “공공기관과 함께 콘텐츠 분야 기업지원과 수출 지원 등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유채리 기자
cyu@kukinews.com
유채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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