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 정국으로 정부가 국정과제로 추진했던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이 무산되는 분위기다. 이전에 반대하는 산은 직원들은 안도하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공식적으로 부산 이전 정책이 ‘폐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과 관련된 업무가 모두 중단된 것으로 확인됐다. 산업은행 노조 관계자는 “탄핵 정국 수순에 들어가면서 부산 이전과 관련된 논의들이 더 진행되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현 시점에서는 ‘무기한 보류 상태’ ”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는 산업은행의 필수 조직만 제외하고 본사를 부산으로 이전하는 법 개정을 추진해 왔다.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부터 내세운 공약으로 2022년 5월 국정과제로 채택됐다. 이후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위한 행정절차를 마무리했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탄핵 정국에 접어들면서 부산 이전에 대한 동력은 사실상 상실됐다. 이전에 찬성한 국민의힘마저 탄핵 정국으로 분열되는 등 혼란에 빠졌으며, 야권에서는 계엄 사전 경고로 주목받고 있는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이 이전 반대를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노동계에서도 산은 노조 뿐 아니라 금융노조에 한국노총까지 강경한 반대 노선을 천명하는 등 사태가 진정된 이후에도 부산 이전 논의는 재개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부산 이전을 임무로 부여받은 강석훈 산은 회장도 부산 이전과 관련한 발언을 아끼는 모습이다.
강석훈 회장은 지난 18일 부산에서 개최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산업은행 주요 업무 설명회’에 참석해 “수도권 집중화는 국가 경쟁력 저하 요인 중 하나로, 대한민국 경제의 재도약과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산업자본이 풍부하게 축적된 동남권을 경제성장의 새로운 축으로 발전시켜야 한다”며 지역 균형 성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하지만 산은의 부산 이전과 관련해서는 별도의 언급을 하지 않았다.
여기에 탄핵 정국으로 내년 6월 임기 끝을 맞는 강 회장의 거취도 불명확해진 상태다.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지난 대선때 윤석열 캠프에서 활동했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정책특별보좌관으로 일했던 강 회장의 연임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은행 직원들은 부산 이전이 사실상 중단된 것에 대해 반기고 있다. 산은 노조 관계자는 “부산 이전에 반대하는 직원들의 분위기가 매우 좋아진 상황”이라며 “다만 은행 자체의 이전에 대한 지침이 폐기된 것이 아니다 보니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인식은 여전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