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소비자물가가 2.3% 올라 상승폭이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고환율의 영향으로 당분간 물가 상승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12월 소비자물가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소비자물가 지수는 114.18(2020년=100)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이는 2020년 0.5% 이후 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지만, 여전히 물가안정목표(2.0%)는 웃도는 수치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19∼2020년 0%대에서 2021년 2.5%, 2022년 5.1%로 올랐다가 지난해(3.6%)까지 고물가 흐름이 이어졌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 지표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는 2.2% 올랐다. 자주 구매하는 품목 위주로 구성돼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2.7%를 기록했다.
올해 물가상승의 가장 큰 요인은 과일과 채소 가격이 뛰면서 신선식품 지수가 지난해보다 크게(9.8%) 올랐기 때문이다. 2010년(21.3%) 이후 14년 만에 최고치다. 신선과실은 17.1% 상승해 2004년도(24.3%)이후 20년만에 최고 상승폭을 보였다.
석유류 가격은 1.1% 내려 지난해(-11.1%)보다 하락 폭이 축소됐다. 국제유가 하락세가 축소됐고 유류세 인하 조치가 일부 환원된 데 따른 영향이다. 이외에 서비스(2.2%), 전기·가스·수도(3.5%) 등 물가 오름세가 작년보다 약해져서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해보다 낮아졌다는 게 통계청의 설명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4.91(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1.9% 상승했다.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쉬운 물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117.34(2020=100)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올랐다. 이 가운데 식품은 2.7%, 식품 이외는 1.9% 각각 상승했고, 전월세 포함 생활물가지수는 1.9% 뛰었다.
한은은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 발표에 고환율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웅 한국은행 부총재보는 같은날 ‘물가상황 점검회의’를 개최하고 “다음 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최근의 고환율 등으로 좀 더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이후에는 유가·농산물가격의 기저효과, 낮은 수요압력 등에 영향을 받아 당분간 2%를 밑도는 수준에서 안정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물가 전망경로 상에는 환율 움직임, 소비심리 위축 영향, 공공요금 인상 시기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향후 물가 흐름을 주의 깊게 점검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