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첫날 1일 시민·정치권 발걸음…44명 DNA 확인·9명 가족 품으로

새해 첫날 1일 시민·정치권 발걸음…44명 DNA 확인·9명 가족 품으로

‘제주항공 참사’ 타임라인…12월 29일부터 1월 1일까지
참사 초기 정보 ‘혼선’…30일 유가족 협의회 발족
31일 희생자 유해 확인…국회 여야 대책위 구성

기사승인 2025-01-01 17:56:58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지난해 29일 유가족들이 무안공항 2층 라운지 바닥에 앉아 상황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제주항공 참사’ 시작부터 희생자 179명을 확인한 새해 첫날까지 무안공항 내에서는 혼란한 상황들이 이어졌다. 참사 당일부터 2025년 1월 1일까지 현장 타임라인을 정리했다.

2024년 12월 29일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 방콕에서 무안공항으로 온 제주항공 2216편이 착륙 중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오전 9시 23분부터 48분까지 두 명의 생존자를 구했다.

그러나 당일 오전 9시 58분 28명이 사망했다는 첫 발표가 이뤄진 후 추가 생존자를 구했다는 낭보는 없었다. 오후 1시경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무안공항 사고현장에 직접 방문한 뒤로 별다른 진척이 없었다.

취재진이 오후 5시경 도착해 상황을 파악했지만, 여전히 혼란함이 가라앉지 않았다. ‘유가족 대기실’에는 황망한 표정으로 모인 유가족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별관 3층에서 대기하던 유가족들은 현장 관계자의 안내로 찬바람을 맞으며 1층에서 1시간가량 서 있었다.

사고수습대책본부는 결국 상황이 호전되지 않자, 유가족들을 무안공항 2층 라운지로 안내했다. 당시 사고결과만 기다리던 유가족들은 “오전부터 몇 시간째 기다리게 하는거냐. 금방 결과를 알리겠다고 하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29일 당일 무안공항 본관도 상황은 좋지 않았다. 유가족들은 1층과 2층에 나뉘어 있었고, 맨바닥에서 관계자의 브리핑을 들었다. 이 과정에서 신원확인에 소요 시간과 현황판을 통해 진행상황을 알고 싶다는 유가족의 요구가 나왔다.

제주항공과 모기업 애경그룹은 무안공항에 도착해 사과의 말을 전했다. 유가족들은 김이배 제주항공 대표와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고준 AK홀딩스 대표가 사고 발생 후 12시간이 넘어 현장에 방문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항공사고대책위원회(항공대책위) 위원들과 함께 사고 당일 무안공항을 찾았다. 현장에서 유가족을 만난 이 대표는 법률·상담 지원과 소속 의원을 통한 정부 대응 등을 약속하고, 자리를 떠났다.

결국 오후 10시경 희생자 179명이 모두 수습됐다. 구호를 위해 도착한 대한적십자사와 전남도 봉사단체 들은 유가족들이 무안공항에서 머무를 수 있도록 제반시설을 준비했다. 또 무안공항에 대규모 구호물품을 이송했다.

지난해 12월 30일 무안 종합스포츠파크에 설치된 합동분향소에서 한 시민이 눈물을 쏟고 있다. 사진=곽경근 대기자

2024년 12월 30일


‘제주항공 참사’ 이후 정부의 대처가 늦어지면서 유가족들은 협의회를 발족하고, 대표단을 선발했다. 유가족들은 개개인이 정부와 언론에 대응하기 어려워 이 같은 결정을 했다. 참사 발생 하루 만에 각종 뜬소문과 가짜뉴스, 음모론 등이 발생했다. 유가족 사연이 과장되거나 왜곡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정부 측에서 첫 합동분향소를 무안 종합스포츠파크와 광주 5·18광장에 마련했다. 유가족들은 무안공항 1층에 합동분향소를 마련해달라는 요청을 했다. 광주·무안 합동분향소에는 지인이 황망한 사고로 떠났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 추모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추모는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여당 처음으로 현장을 방문했다. 현장에서는 권 원내대표의 사죄에도 “왜 이제 왔냐”는 질타가 이어졌다. 국민의힘은 ‘무안공항여객기사고수습태스크포스(여객기사고TF)’ 위원과 함께 비공개회의를 열고, 추모를 위해 무안 합동분향소로 이동했다.

이후 처음 취임한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무안공항을 찾아 애도의 말을 전했다. 권 비대위원장은 정부와 여당이 ‘제주항공 참사’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했다.

이 대표는 같은 날 다시 무안공항을 찾아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방법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또 ‘제주항공 참사’ 진상규명에 속도를 내겠다고 예고했다. 유가족을 만난 이 대표는 무안 합동분향소로 발걸음을 돌렸다.

참사 이틀째 희생자 179명 중 140명의 신원확인이 완료됐다. 그러나 신원확인이 되지 않은 나머지 39명의 유가족은 애를 태웠다. 이 과정에서 혼선이 발생해 유가족들이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결국 유가족 대표단은 30일 밤 정부가 냉동 컨테이너 설치를 지키지 않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언론에 도움을 호소했다. 당시 희생자들의 시신은 격납고 바닥에 보관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31일 제주항공 참사가 발생한 무안공항에 통합심리지원단이 도착했다. 사진=유희태 기자

2024년 12월 31일


사고발생 사흘째인 31일 유가족들은 처음으로 희생자의 유해를 공식적으로 확인했다. 오전 10시 40분경 첫 유가족 버스가 출발했다. 경찰과 트라우마센터, 재난심리센터, 전남도는 전담팀을 구성해 유가족들의 심리 지원에 나섰다. 이들은 희생자 유해와 관련한 행정적인 절차도 도왔다.

이날 자원봉사자들과 봉사단체, 구호기관들이 점차 늘어나 공항을 채웠다. 전남 라이온스협회는 유가족들에게 물품을 전달하고, 구호텐트에 들러 식사를 전달하기도 했다. 대한적십자협회는 참사 첫날부터 꾸준히 유가족들을 지원에 돌입했다.

또 무안공항 2층에 있는 카페에는 익명의 시민들이 선결제를 하기도 했다. 이 금액은 자원봉사자와 유가족에게 사용됐다.

31일은 제주항공 참사 첫 희생자의 장례식 날이기도 했다. 광주에서 진행된 첫 장례식에는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이강 광주서구청장이 조문을 위해 방문했다. 이날 밤에는 무안공항 1층에 합동분향소가 열려 유가족들이 첫 장례를 치렀다.

1층 합동분향소에서는 유가족 대표단과 지자체장단 조문을 시작으로 일반 유가족들의 조문이 시작됐다. 현장에서는 아들과 엄마, 아빠, 가족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는 유가족의 모습으로 눈물바다가 됐다. 일반 추모를 위해 기다리던 시민도 눈가를 훔쳤다.

국회에서는 우원식 국회의장 주재로 권 비대위원장과 이 대표가 만나 ‘제주항공 참사’ 대책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대책위 공동위원장은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과 권영진 국민의힘 여객기사고수습TF 단장, 주철현 민주당 항공참사대책위원장 등이 맡게 됐다.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이 1일 사고현장을 방문해 오열하고 있다. 사진=유희태 기자

2025년 1월 1일


제주항공 참사가 나흘 차에 접어들면서 179명 전원의 신원확인이 이뤄졌다. 또 유가족들이 희생자 11명을 인도받았다. 다만 유해와 시신 편(片) DNA를 대조해야 해 나머지 유가족의 장례절차는 길어지게 됐다.

장례 절차가 길어짐에 따라 생계에 위협을 받는 유가족들을 위해 지원책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군인 등 장례 시간 여력이 없는 이들을 위해 정부와 유가족 대표단이 논의를 이어갔다. 또 새해를 맞아 떡국을 먹고, 참사 현장에 방문해 유가족들은 제사를 지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가 DNA 대조를 하고 있지만, 업무 과부하가 발생했다. 경찰 측은 시신 편을 ‘성명불상’으로 만들 수 없어서 이를 완료한 후 유가족에게 유해를 인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 측은 전날 32명, 이날 50명, 다음날 65명으로 모레까지 모든 DNA 검사가 완료될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오후 중으로 희생자 43명에 대한 추가 인도 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새해 첫 날 유가족들을 위로하기 위한 시민들의 발걸음이 무안공항을 가득 채웠다. 추모객들이 무안공항 1층 2번 게이트를 넘어 주차장까지 줄을 섰다. 줄을 선 시민 중 일부는 훌쩍거리거나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일부 시민들은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무안공항 1층과 2층 사이 계단에는 추모의 메시지가 담겼다. 시민들은 메시지 카드를 비롯해 포스트잇을 이용해 글을 남겼다. 해당 추모 글 사이에는 희생자 지인들이나 유가족의 절절한 사연들도 포함됐다.

사연 메시지를 살펴보면 “못다 한 사랑 하늘에서 다 이뤄달라”, “사랑하는 동생 00아 이곳에서 아픔을 잊고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길 기도하겠다”, “여보 너무 많이 보고 싶다” “00아 화해하지 못하고 가서 늦었지만, 많이 보고 싶었다” 등이 적혔다.

정치권의 발걸음도 모였다. 이 대표는 이날 네 번째로 참사 현장을 다시 찾아 유가족들을 만나고, 참사현장을 둘러봤다. 그는 국가애도기간인 오는 4일까지 사고현장에 남을 것으로 전해졌다. 권 원내대표도 유가족 대표단과 논의 후 유가족들을 만나 인사를 건네고, 지원책 마련을 약속했다.

1일 오후 마지막 브리핑에서는 희생자 44명의 DNA 결과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 중 9명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경찰은 유가족의 요구에 따라 유해 상태를 전달할 예정이다. 또 희생자 유류품 확인을 위한 마지막 준비를 한다고 밝혔다.

무안=임현범 기자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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