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정국 속 유통 총수들이 택한 신년 메시지는 “변화와 혁신”

탄핵 정국 속 유통 총수들이 택한 신년 메시지는 “변화와 혁신”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CJ 등 새해 맞이 신년사 발표
‘불확실성 시대’…변화와 혁신·본업 경쟁력·성장 강조

기사승인 2025-01-02 15:36:42
(왼쪽부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각 사

탄핵 정국과 내수 침체, 고물가·고환율 등 복합적인 경제 위기에 직면한 가운데, 유통 기업들이 2025년 경영 과제로 ‘변화’와 ‘혁신’을 통한 경쟁력 회복을 주문했다. 대내외적 불확실성이 커지고 올해도 녹록치 않은 경영 환경이 예상됨에 따라 지속 성장을 위한 원동력을 키워 위기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신동빈 롯데 회장은 어려운 경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선 핵심사업의 경쟁력을 회복해야 한다고 당부하며, 올 한해 강도 높은 쇄신을 강조했다. 신 회장은 “체질 개선을 통해 재도약의 토대를 다져야 한다”며 “재무전략을 선제적으로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재무건전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고객 관점의 사업 혁신을 언급하며 “고객은 우리의 존재 기반으로,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사업은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는 사업이어야 한다”며 “사업 전반을 고객 관점에서 검토하고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가치를 끊임없이 모색하자”고 말했다.  

또 “글로벌 시장에서는 롯데만이 제시할 수 있는 혁신과 차별화된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하고, 우리의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자”고 주문했다. 아울러 본격적인 AI시대를 맞아 “비즈니스 모델 창출과 비용 절감 등 유의미한 성과가 나올 수 있도록 AI 내재화에 집중하자”고 당부했다.

신 회장은 “우리는 수많은 난관을 돌파해 오며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DNA를 축적했다”며 “변화와 혁신은 두려움과 고통을 수반하지만 이를 극복해야 한 단계 더 성장하고 목표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은 위기를 정면 돌파할 핵심 무기로 ‘본업 경쟁력’을 꼽았다. 정 회장은 “2025년은 우리의 본업에 대해 집요하게 고민하고 실행해야 한다”며 “고물가와 불경기 등으로 시장상황이 나쁘다. 이럴 때도 기업은 도전하고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회장은 2025년의 시기적인 중요성을 언급하며 “지금이 신세계가 또 다시 혁신하고 변화할 적기”라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본업이란 오늘의 신세계그룹을 있게 한 성장 엔진”이라며 엔진의 핵심 연료는 ‘1등 고객’이라고 정의했다.

정 회장은 “신세계의 도전들은 우리의 자산이 됐고 고객 삶의 품격을 높였다”면서 “신세계로 인해 신세계를 경험한 고객들은 트렌드 리더가 됐고 절대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2025년에 1등 고객의 갈증에 먼저 반응하고 집요하게 실행하는 신세계 본연의 DNA를 실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객을 두려워하되 변화는 겁내지 말자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지금 우리는 몸을 사릴 이유가 없다”며 “조직과 사업에서 1등 고객이 어디로 향하는지 치열하게 읽고 실행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은 “성장은 실천에서 시작되고 다양한 협력으로 확장되며 서로의 공감으로 완성되듯이, 서로를 믿고 도우면서 함께 변화의 파고에 맞서 나아가자”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을사년(乙巳年) 신년 메시지를 통해 “성장을 지속해 나가기 위해서는 고객과 시장, 비즈니스 생태계의 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면서 성장의 동인을 계속해서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정 회장은 “관습적으로 일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더 나은 방법을 찾고 적용해 가면서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며 “새로운 시도는 익숙함을 버려야 하는 수고가 따르고 실패에 대한 두려움도 갖게 하지만 그러한 성장통의 과정을 겪어야만 성공이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동안 시장 변화에 따라 기존사업의 전략에 새로운 변화를 주면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해 시장을 선도하는 크고 작은 성공 사례를 만들어 왔다”며 “자신감을 갖고 기존사업의 차별적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나가자”고 강조했다.
 
정 회장은 신규사업을 보다 속도감 있게 추진해 미래의 성장 기회를 선점해 나가자고 당부했다. 정 회장은 “임직원이 고객 중심적 사고와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최우선으로 두고 외부의 다양한 파트너와 원활한 협력을 통해 새로운 시도를 적극적으로 실천하면서 시장 변화에 대응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손경식 CJ그룹 회장도 ‘위기’를 거론하며 변화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손 회장은 “우리 그룹이 올 한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절호의 기회로 만들 수도 있고 시장에서 도태될 수도 있는 절체절명의 갈림길에 섰다”며 “위기 극복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각 사업에서 초격차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라고 밝혔다.

손 회장은 경쟁력을 갖춘 성장을 위한 두 가지 핵심 과제를 제시했다. 그는 “글로벌 영토 확장을 통한 성장동력 확보를 적극 추진해 주기 바란다”며 “국내 사업에서 내실을 다지며 글로벌 사업을 통해 본격적인 미래성장의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각 사업에서의 잠재적인 기회를 최대한 발굴해 성장으로 연결시키기 바란다”며 “철저히 준비된 자세로 성장의 기회를 미리 포착하고 최대한 활용해달라”고 당부했다.

손 회장은 “위기 속에서 도전적인 자세를 가질 때 그룹의 성장과 발전을 이뤄낼 수 있다”며 “올 한해는 글로벌 시장을 향한 도전을 가속화함으로써 그룹의 성장성을 되찾는 해가 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한편 일부 유통 기업들 가운데 올해는 신년사를 미루거나 비공개로 전환하며 조용한 신년을 맞는 곳도 있다. GS리테일의 경우 올해 신임 대표이사인 허서홍 대표의 신년사를 비공개로 전환해 내부에만 공개하기로 했다.

유통그룹 전반의 신년 메시지는 위기 극복을 위한 도전과 혁신, 경쟁력 강화로 압축된다. 실제 올해 유통 시장 전망이 어둡다는 분석이 나오며 미래 성장 동력 확보의 필요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소매유통업체 3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2025년 유통산업 전망조사’에서 올해 국내 소매유통시장 성장률이 0.4%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덮친 2020년(-1.2%)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응답 업체의 66.3%는 올해 유통시장이 지난해보다 부정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그 이유로 63.8%가 소비심리 위축을 꼽았다. 이어 고물가 지속(47.7%), 고금리에 따른 가계부채 부담 증가(38.2%), 시장경쟁 심화(34.2%), 소득·임금 불안(24.2%) 순이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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