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 상황이 계속되면서 은행 중심 금융지주사의 밸류업 계획 이행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지주는 보통주자본비율(CET1)에 기반한 주주환원율을 최대 50%까지 높여나갈 계획이지만 환율 상승으로 CET1 비율이 하락하고 있어서다.
3일 서울 외환시장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의 올해 첫 주간거래는 1466.6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첫 거래일에 기록한 1300.4원 대비 12.78%(166.2원) 급등한 수준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3일 윤석열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 직후 요동치기 시작했다. 당시 야간 거래에서 1442.0원까지 치솟은 환율은 12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금리인하 속도조절 등 매파적 기조의 영향과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 탄핵소추안 가결로 1487.7원까지 상승폭을 확대했다. 이는 금융위기 당시 2009년 3월16일 장중 기록한 1488원 이후 15년9개월만 최대치다.
문제는 고환율 현상이 금융지주 CET1 비율 하락으로 연결된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통상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하면 보통주 자본비율은 약 2.5bp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지주는 올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발표하면서 CET1 비율 13% 이상을 목표로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겠다고 강조한 바 있다. CET1 비율은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 중 하나로 금융사의 손실 흡수 능력을 보여주는 금융 건전성 지표다. 총자본 가운데 가장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보통주 자본을 금융회사의 위험가중자산(RWA)으로 나눈 수치다.
KB금융은 2025년 연중 13.5%를 초과하는 잉여자본을 하반기 자사주·매입 소각 재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양종희 KB금융 회장은 지난해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연중 축적되는 이익으로 CET1 비율 13% 중반을 유지하고, 하반기에 13.5%를 넘는 자본을 추가 자사주 매입·소각에 활용할 것이다. KB의 CET1 비율이 높을수록 더 많은 주주환원을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금융지주는 올해말 CET1 12.5% 조기 달성, 중장기 13.0%를 목표로 설정했다. 이에 따른 주주환원율 목표치는 CET1 11.5%~12.5%까지 35%, 12.5%~13.0% 달성 시 40%로 확대할 방침이다. 하나금융지주는 CET1 13~13.5% 관리를 목표로 2027년 주주환원율 50%를 제시했다. 신한금융지주의 경우 2027년까지 CET1 13% 이상을 기반으로 주주환원율을 50%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고환율 현상이 올해도 지속될 경우 금융지주 밸류업 눈높이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한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장은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9월초 1300원 대비 최대 200원가량 상승했기 때문에 금융지주 CET1 비율은 최대 0.5%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도 1450원~1500원대 환율이 유지되고, 경기 침체 우려가 가속화될 경우 금융지주 밸류업 계획은 소폭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그는 “예를 들어 금융지주 수익성 규모의 목표치를 다소 하향하고, CET1 목표 비율도 낮춰야 할 수 있다. 이 경우 주주환원 규모도 당초 목표치보다 눈높이를 소폭 낮춰야 한다”며 “다만 밸류업 계획은 단기보다 중장기 계획수립에 초점을 둔 만큼, 밸류업 공시에 대한 이행평가 및 주주·시장참여자들과의 쌍방향 소통을 통해 밸류업 계획 수정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