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이 새해 들어 한껏 높였던 가계대출 문턱을 낮추며 영업에 재시동을 걸고 있다. 다만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기조를 이어나가겠다고 밝히면서 은행들도 속도 조절을 한다는 방침이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전날 일제히 신규 주택담보대출의 모기지보험(MCI·MCG) 적용을 재개했다. MCI·MCG는 주택담보대출과 동시에 가입하는 보험이다. 보험이 없으면 소액임차보증금을 뺀 금액만 대출받을 수 있어 대출액 한도를 줄이는 효과가 생긴다. 보험 적용이 다시 되면 서울 지역은 5000만원 이상, 지방의 경우 2500만원의 대출 한도가 늘어난다.
은행들은 생활 안정 자금을 목적으로 받는 주담대 한도도 올렸다. 우리은행은 2일부터 생활 안정 자금 목적의 주담대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조정했다. 신한은행도 지난달 중순부터 올해 실행될 대출에 대해 생활 안정 자금 목적 주담대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높였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11월 생활 안정 자금 목적 주택 담보 대출 한도를 1억원에서 2억원으로 상향한데 이어, 전날부터는 2억원에서 한도를 아예 제한 없이 취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막혔던 비대면 주담대, 전세대출, 신용대출 신청도 다시 받기 시작했다. 다만 우리은행은 비대면 신용대출을 당분간 중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들이 대출 빗장을 푸는 것은 해가 넘어가면 은행별 가계 대출 총량이 새로 설정돼 대출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연말 관리 시점이 지나가면, 연초에 대출을 대거 푸는 모습을 그동안 보여왔다.
다만 은행들은 대출 증가 속도를 살펴보면서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기조에 발맞출 것으로 보인다. 금융당국은 올해 특정 기간에 ‘대출 쏠림’이 나타나지 않도록 가계대출을 월별·분기별로 관리할 방침을 밝혔다. 지난해의 경우, 스트레스 DSR 2단계 시작 직전 ‘막차 수요’ 등의 영향으로 7~8월 은행권 중심으로 가계대출 잔액이 급증했다.
당국은 지난해 당초 계획을 초과해 가계대출을 내준 신한, 하나, 우리은행을 비롯한 일부 은행에 ‘패널티’를 주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지난 8월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대출실적은 연초 경영계획을 이미 훌쩍 넘었다. 경영계획 대비 대출실적은 △우리은행 376.5% △신한은행 155.7% △국민은행 145.8% △하나은행 131.7% 순이었다. 이 가운데 국민은행은 연말 가계부채 관리를 통해 패널티 대상에서 빠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초는 우량고객을 많이 선점해야 하는 시기”라며 “당분간은 대출을 확대하다가 어느정도 목표치를 채운 뒤부터 속도조절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아무래도 당국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면서 “특정기간에 가계대출이 편중되지 않도록 올해는 분기별, 월별 자금수요를 고려해 쏠림 없이 공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로부터 올해 경영계획을 1차로 제출 받았고 현재는 추가로 협의를 하는 단계”라며 “곧 가계부채 관리방향을 짜서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