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과 어지러운 정치 상황 등이 겹치며 재계 신년사에도 위기의식이 담겼다. 각 기업마다 기술혁신과 창업정신 회귀 등 ‘본원적 경쟁력 확보’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2일 삼성전자는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과 전영현 부회장 공동 명의의 신년사를 발표했다. 두 부회장은 초격차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재도약의 기틀을 다지고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를 강조했다.
새해 가장 시급한 과제로는 인공지능(AI)이 언급됐다. 두 부회장은 “지금은 AI 기술의 변곡점을 맞이해 기존 성공 방식을 초월한 과감한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고도화된 인텔리전스를 통해 올해는 확실한 디바이스 AI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하자”고 말했다. 이어 “AI가 만들어가는 미래는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며 “새로운 제품과 사업, 혁신적인 사업모델을 조기에 발굴하고 미래 기술과 인재에 대한 투자를 과감하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반도체 위기 극복을 위해 대대적인 개편에 나섰다. 사장단 인사에서 메모리와 파운드리 사업부 수장을 교체했다. 특히 메모리사업부는 전 부회장 직할체제로 전환됐다. AI 관련 주요 부품으로 꼽히는 고대역폭메모리(HBM) 경쟁력 확보에 사활을 걸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의 다른 계열사들도 차별화된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고 구성원에게 당부했다. 이청 삼성디스플레이 사장은 “2025년은 ‘사업확대의 대전환기’”라며 “차별화된 기술 확보와 고객가치 최우선, 신속하고 완벽한 실행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장덕현 삼성전기 사장도 “위기 극복을 위해 기술 중심 경영을 강화하고 임직원 모두의 열정과 에너지를 모아 2025년을 한 단계 도약하는 한 해로 만들자”고 전했다.
SK그룹은 근본적이고 지속가능한 본원적 경쟁력 확보에 중점을 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일 신년사에서 “지금 우리에게는 어려움을 알면서도 행동으로 옮기는 용기, ‘지난이행(知難而行)’의 마음가짐이 필요하다”며 “저부터 솔선수범하며 용기를 내어 달릴 것이니 함께 나아가자”고 했다.
본원적 경쟁력 확보를 위한 방안으로 ‘운영개선’과 ‘AI’가 언급됐다. 운영개선은 단순한 비용 절감을 넘어 경영 활동의 모든 영역에서 접목해야 하는 ‘경영의 기본기’로 자리 잡아야 하며, 재무제표에 나타나지 않는 모든 경영의 요소들이 그 대상이라고 설명됐다. 또한 AI를 활용해 본원적 사업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제 업무에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최 회장은 “운영개선을 통한 본원적 경쟁력 강화는 우리 스스로 변화해야 하는 만큼 불편하고 힘들 수 있지만, SK 고유의 ‘패기’로 끈기 있고 집요하게 도전하며 구성원 모두가 합심해 협업한다면 기대하는 수준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이어 “AI 산업 급성장에 따른 글로벌 산업구조와 시장 재편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며 “AI 반도체 기술, 글로벌 AI 서비스 사업자들과 협업하는 역량, 에너지솔루션 등 우리가 가진 강점은 AI 시장의 주요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부족함이 없다”고 밝혔다.
LG는 창업정신을 되새기며 새로운 미래 개척을 강조했다. 구광모 LG 대표는 지난달 19일 신년사에서 “LG의 시작은 고객에게 꼭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남이 미처 하지 못하는 것을 선택한다’는 LG의 Day 1 정신에는 고객을 위한 도전과 변화의 DNA가 자리 잡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고 전에 없던 가치가 쌓여 지금의 LG가 되었듯이 앞으로 가야 할 길도 분명하다”며 “도전과 변화의 DNA로 미래의 고객에게 꼭 필요하고 기대를 뛰어넘는 가치를 드릴 것이다. LG 없이 상상할 수 없는 미래를 세우자”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과 바이오, 클린테크 등 이른바 ‘ABC 사업’도 언급됐다. LG는 ABC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그룹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다. 구 대표는 “AI와 로봇을 일상에서 편리하게 사용해 소중한 시간을 보다 즐겁고 의미 있는 일에 쓸 수 있도록 하고, 헬스케어와 혁신 신약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보다 오래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탄소와 폐기물을 줄이고 이를 유용한 자원으로 바꾸는 혁신으로 모두가 깨끗한 물과 공기를 누릴 수 있게 하고, 첨단 산업 솔루션으로 고객이 고민의 벽을 넘어 무한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