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방산업계가 군 통수권자 부재, 트럼프 신정부의 관세 장벽 등 대내외 리스크에도 올해 최대 실적을 겨냥하고 있다. 위기를 기회로 활용해 글로벌 저변을 넓힌다는 복안이다.
10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 K-방산 ‘빅4’ 기업의 지난해 합산 영업이익은 약 2조2890억원으로 예상(에프앤가이드 분석)된다. 이는 지난 2022년 8685억원의 2.6배 수준이다. 2022년 13조원대였던 빅4 기업의 합산 시가총액도 지난해 33조원대까지 불어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 여파로 군사 안보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국제 안보 환경 변화에 발맞춰 국내 방산업계는 지난해 일제히 최대 실적을 썼다. 이를 토대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현대로템은 미국 국방 전문지 디펜스뉴스가 발표한 ‘2024 세계 100대 방산 기업’에서 각각 19위, 58위, 73위를 기록하며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이처럼 실적 고공행진을 기록해 온 방산업계의 분위기는 지난해 말 비상계엄·탄핵 정국 속 글로벌 국가들과의 면담 일정 등이 미뤄지면서 다소 어수선해진 모양새다. 국내 방산 수출액은 지난해 95억달러로, 2023년 135억달러 대비 30%가량 감소했다. 지난해 연초 수출액 목표치를 200억달러로 잡았다가 하반기 150억달러로 하향 조정했지만, 일부 계약들이 다음 해로 이월되면서 막바지 힘을 얻지 못했다.
취임을 눈앞에 두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2기 체제에서의 통상 리스크도 부담이 될 전망이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트럼프 2기 정부의 공약대로 10% 보편관세와 중국에 60% 보복 관세 등을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은 최대 1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금전 중심의 자국우선주의 정책을 펼치고 있는 트럼프 당선인이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한 해에 100억달러는 내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내 방산 잔고를 위협하고 있다. 100억달러는 지난해 10월4일 한미가 합의한 제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에 따른 한국 분담 몫의 10배 가까운 금액이다.
다만 긍정적인 면도 상존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우리뿐만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회원국에도 방위비 지출에 대한 압박을 넣고 있다. 유럽의 자주국방 기조가 강해지면 이미 폴란드 등 수출을 진행 중인 한국 방산업계의 문을 두드리는 국가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최근 트럼프 당선인은 중국의 공격적인 해군 함정 건조 행보와 대비되는 미국의 현 상황을 지적하면서 “우리는 함정 등 선박을 건조해야 하지만 배를 더 이상 만들지 않고 있어 동맹국을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혀, 향후 한미 방산 협력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대선 당선 직후에도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세계적인 군함과 선박 건조 능력을 잘 알고 있다”며 긴밀한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아울러 지난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은 이월분에 더해 올해 굵직한 수출 또한 예정돼 있어 수출액 증대가 기대되고 있다. 올해 수출 예상 규모는 폴란드 K-2 전차 2차 계약분 70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 무기획득사업 10억달러, KAI FA-50 경전투기 추가 수출 등을 포함해 역대 최대 규모인 약 240억달러다.
특히 폴란드 계약의 경우 2차 계약인 만큼 시점이 관건일 뿐 계약 자체에는 리스크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방위사업청은 올해 안에 이 계약의 가시적인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
나아가 중동, 아시아 지역의 추가 수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LIG넥스원은 지난 2022년 UAE(아랍에미리트)를 시작으로 2023년 사우디와 4조2500억원대 중거리·중고도 지대공 유도미사일 ‘천궁-Ⅱ’(M-SAM2) 수출 계약을 체결했는데, 지난해에는 이라크와도 3조1500억원 규모의 천궁-Ⅱ 계약을 체결하면서 점점 입소문이 퍼지고 있다.
방사청 관계자는 “올해는 이월된 사업 등을 포함해 K2전차, 잠수함(동유럽), 천무(북유럽), 방공무기(중동), FA-50, KT-1(동남아), 함정 MRO(북미) 등 20여 개 국가를 대상으로 다양한 방산 수출 사업이 진행될 예정으로, 범정부적 지원을 지속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이를 통해 최대 규모의 수출 달성이 기대되는 한편, 오는 2027년 4대 방산강국 달성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현재 방산 수출 지원 등 국제방산협력 활동은 정상적으로 추진 중이며, 방산 수출 강국 도약을 위해 다양한 지원정책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