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퇴’ 구자철 “한국 축구 위해 일하고파…무한한 책임감 느낀다” [쿠키 현장]

‘은퇴’ 구자철 “한국 축구 위해 일하고파…무한한 책임감 느낀다” [쿠키 현장]

‘한국 축구 레전드’ 구자철, 현역 은퇴
제주SK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임명
“2014 월드컵 최연소 주장, 자랑스럽지 않았다”

기사승인 2025-01-14 11:29:03
구자철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김영건 기자

현역 은퇴를 선언한 구자철(36)이 그라운드가 아닌 밖에서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하겠다고 다짐했다.

제주SK는 14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구자철 현역 은퇴 기자회견’ 및 ‘제주SK 유소년 어드바이저 위촉식’을 개최했다.

구자철은 지난 2007년 신인드래프트 전체 3순위로 제주 유니폼을 입으며 프로에 데뷔했다. 이후 독일 분데스리가, 카타르 등을 거쳐 다시 2022년 제주로 돌아온 그는 3년 동안 28경기에 나서 1골 1도움을 기록했다. 구자철은 대표팀에서도 주축으로 활약했다. 2012 런던올림픽에서 사상 첫 남자축구 동메달을 이끌었고, 2014·2018 월드컵에도 나섰다. 2019 아시안컵을 끝으로 대표팀 은퇴를 선언했다. 구자철의 국가대표 성적은 76경기 19골이다.

선수 유니폼은 벗었지만 여전히 ‘제주맨’이다. 제주는 구자철을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임명했다. 구자철은 다른 제의에도 제주의 유소년 발전을 위해 흔쾌히 직을 수락했다. 유소년 어드바이저로 활동하는 구자철은 앞으로 유럽 지역의 안정적으로 운영 중인 축구팀들의 유스 시스템 및 훈련 프로그램을 제주 구단에 전달한다. 또한 유소년 선수들에게 축구선수가 갖춰야 할 훈련 태도, 자기 관리 등을 교육할 예정이다.

“은퇴 준비를 하면서 홀가분했다. 더 빨리 은퇴해서 한국 축구를 위해 일하고 싶었다.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을 연 구자철은 “수년 전부터 은퇴를 고민했다. 한국 축구를 위해 축구화를 신는 게 아니라 제가 받았던 사랑, 누렸던 경험을 바탕으로 그라운드 밖에서 일하고 싶었다”며 “독일에 있을 때, 지도자 부분도 있지만 유소년 파트에 신경을 많이 썼다. 아우크스부르크에 있을 때 많이 배웠다. 저를 키워준 제주가 유소년 어드바이저 직책을 줬다. 서두르지 않고 잘 매듭짓겠다”고 강조했다.

구자철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주SK 유스 어드바이저 위촉식에 참석했다. 김영건 기자

아래는 구자철과 일문일답


기억에 남는 순간
축구화를 신고 있을 때가 아니다. 런던올림픽 동메달 시상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구자철에게 한일전과 올림픽
2011년 8월11일 삿포로에서 일본에 0-3으로 졌다. 독일에 진출한 뒤 처음으로 아시아에서 경기를 펼쳤는데, 몸이 그렇게 안 좋았던 적이 처음이었다. 졌을 때 부끄러웠다. 패배를 단 한 순간도 잊지 않았다. 다음 한일전 때 지면 축구를 그만 두겠다고 다짐했다. ‘기필코 승리하겠다’는 마음으로 올림픽 3·4위전 때 이겼다.

기억에 남는 골
2009년 이집트 청소년 월드컵(U-23) 미국전 페널티킥 넣고 세리머니한 것이 기억난다. 2011년 아시안컵도 그렇다. 호주전 골이다. 첫 경기 바레인전에 골 넣고는 그저 좋았지만, 중요한 경기에서 골을 넣었을 때 그 짜릿함은 아직도 발 끝에 남아있다. 원하는 대로 플레이됐다. 2016년 월드컵 최종 예선 상암 우즈베키스탄과 경기에서 홍철, 김신욱과 합작해서 넣은 골도 기억에 남는다. 런던올림픽 한일전 골도 마찬가지다. 메이저 대회에서 모두 골을 넣었다. 런던올림픽만 잘 안 들어갔다. 다 골대에 맞더라. 한국 축구 사상 첫 메이저 대회 결승을 이끌고 싶어서 4강 브라질전에 꼭 골을 넣고 싶었다. 하지만 그때도 골을 못 넣었다. 지지 않겠다는 마인드로 출전했던 한일전에서 골이 나왔다.

아쉬운 경기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지금까지 다 마음에 담아두고 있다. 그때는 너무 어렸던 것 같다. 최연소 주장이라는 타이틀이 따라왔지만, 개인적으로 자랑스럽지 않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선수에는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 그때는 그 책임을 잘 몰랐던, 부족했던 시기다. 돌이켜보면 다 죄송하다. 제주 후배들에게 항상 ‘어린이들, 제주 도민들에게 꿈이 돼라’고 전한다. 그게 프로선수로서의 사회적 책임이다.

기성용·이청용 중 먼저 은퇴하는데
큰 힘이 되는 친구들이다. 일이 생기면 먼저 연락한다. 사소한 이슈에도 시끄러워지는 카톡방이 있다. ‘고생했다’는 말을 가장 많이 해줬다. 성용이와 청용이를 존경하면서 많이 따라가려고 노력했다. 너무 훌륭한 선수들이다. 한국 축구를 위한 마음이 저보다 컸으면 클 친구들이다. ‘은퇴를 먼저 하니 잘해야 한다’고 하더라. 조만간 은퇴할 것 같은데, 잘 기다리고 있겠다. 같이 뛰어서 영광이었다.

황금세대가 한국 축구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할지
성용이가 유럽 돌아다니면서 지도자, 행정을 공부하고 있다. 유럽에서 돌아오면 항상 공유해준다. 세 명 모두 지도자 행정을 모두 배워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다. 저도 A, P급 지도자 자격증을 따야 한다. 제주 구단 유소년도 육성해야 한다. 시간을 두고, 한국 축구를 위해 도움이 되겠다. 욕심내진 않겠다. 열심히 해보겠다.

구자철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김영건 기자

제주 유소년 어드바이저가 됐는데

뭘 하기 보다는 옆에서 1년 동안 지켜보겠다. 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났을 때 적극적으로 임하겠다. 현장의 어려움을 아직 잘 모른다. 유소년 시스템이 긍정적으로 변했으면 하는 마음은 확고하다. 매듭을 지을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대한 지혜롭게 해보겠다.

K리그 위상이 높아졌는데
2007년부터 2011년까지 활약했다. 2022년에 돌아왔다. K리그에서 배출한 유럽파 선수들도 많다. 전체적인 수준이 좋아졌다. 행정도 같이 발전했다. 한국 축구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무한하다. 축구판에 어떻게 도움 될까를 생각하면 설레서 잠을 못 잔다. 한국 축구가 더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훌륭한 인프라에서 축구하고 있지만, 변해야 할 건 여전히 있다. 제도적인 개선을 하면서라도 잔디가 바뀌어야 한다. 제주 구단에도 잔디에 대해 강하게 어필했다. 잔디 때문에 피해 보는 건 첫 번째로 선수들이고, 그 다음은 팬들이다.

은퇴 결심과 축구 인생 최종 꿈
회복력이 있어야 하는데, 한국 와서 그 회복 기간이 감 잡을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나더라. 그게 반복적으로 일어나다 보니 ‘미련없이 축구화를 벗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를 키워준 제주에서 은퇴하는 게 꿈이었다. 그걸 이룰 수 있음에 감사하다. 최종 꿈은 마음에 간직하겠다.

눈여겨보고 있는 선수
지성이 형이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갈 때 놀랐다. 흥민이의 EPL 득점왕도 놀랍다. 강인이, 민재 모두 대단하다. 그들 덕분에 한국 선수들의 눈이 높아졌다. 더 큰 클럽에서 뛸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 것이다. 많은 선수들이 도전해서 계속 유럽에 나갔으면 좋겠다. 선수들은 지금부터 잘 찾아보겠다.

김영건 기자
dudrjs@kukinews.com
김영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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