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제4이동통신사(제4이통) 신규 유치 정책을 전면 수정한다. 정부 주도가 아닌 시장 수요 기반으로 전환하고, 알뜰폰을 풀MVNO(통신 설비 및 시스템 자체 보유)로 키워 도전하게 한다는 방침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신규사업자 정책 관련 연구반 논의 결과’를 발표했다. 과기부는 “지금까지 정부가 주파수할당 대역과 사업모델을 결정해 정책을 추진해 왔다”면서 “앞으로는 시장 참여 기회를 항상 열어두고 시장의 수요를 기반으로 시장에서 도전하는 사업자가 있을 때 추진하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제4이통 정책은 하향식에서 상향식으로 바뀌게 됐다. 제4이통 진입을 원하는 신규 사업자가 정부에 할당 공고를 제안하는 방식 등이다. 사업자는 가용 주파수 범위 내에서 원하는 주파수 대역 등을 정해 정부에 주파수 할당 공고를 제안할 수 있다. 과기부는 관련 절차 신설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주파수 할당 경매제도 개선 방안도 언급됐다. 개선방안에 따르면 정부가 제시하는 최저경쟁가격 이상의 자본금 요건을 갖춘 자만 경매에 참여할 수 있다. 주파수 할당 대가 납부는 전액 일시 납부를 원칙으로 하되 분할납부 희망 시 법적 구속력이 있는 서류를 정부에 제출해야 한다. 신중한 할당 절차 참여를 위해 할당 취소 사업자에 대해서는 해당 대역 주파수 할당 시 참여를 제한하는 방안도 신설한다. 이는 향후 공개 의견수렴 절차를 통해 공개·확정될 예정이다.
앞서 주파수 경매를 통해 스테이지엑스가 제4이통 사업자로 선정됐으나, 자본금 미비 논란으로 할당이 취소된 바 있다. 당시 제도 미비 등으로 준비되지 않은 사업자를 거르지 못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새로운 제4이통 관련 정부의 청사진도 제시됐다. 알뜰폰을 풀MVNO로 육성, 제4이통에 도전하는 여건을 갖추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류제명 과기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해외 사례 등을 고려했을 때, 풀MVNO로 성장한 알뜰폰 사업자가 기반을 넓혀 이동통신사업자로 진출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과기부는 이날 통신 정책 최우선 과제로 알뜰폰 육성책도 함께 내놨다. 알뜰폰 가입자는 지난해 9월 기준 948만명에 달한다. 전체 휴대폰 가입자 대비 16.6%다. 그러나 서비스 품질과 경쟁력 등이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또한 알뜰폰 시장이 이동통신사 5개 자회사에 편중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기부 육성책 전략은 크게 3가지로 구성됐다. △독립계 알뜰폰사 요금 및 서비스 경쟁력 강화 △알뜰폰 시장 전반에 이용자 신뢰 확보 역량 강화 △활발하고 공정한 경쟁 시장 환경 조성 등이다.
우선 요금 및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알뜰폰사들이 자체 요금제를 설계·출시할 수 있도록 도매제공의무사업자의 데이터 도매대가를 최대 52% 낮춘다. 알뜰폰사가 대량 데이터 대량 구매 시 할인받는 혜택도 확대한다. 1년에 5만테라바이트(TB) 이상 선구매하면 SKT 기준 도매대가의 25%를 추가 할인 받을 수 있게 된다. 이는 다음 달 중 고시 개정을 통해 시행된다. 또한 풀MVNO에 대해서는 이동통신 3사를 모두 도매제공의무사업자로 지정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데이터 속도제한 상품의 경우, 기존 400Kbps에 더해 1Mbps를 추가한다. 류 실장은 “도매대가 인하가 본격 적용되면 1만원대 20기가 5G 요금제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알뜰폰 신뢰 제고를 위해서는 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알뜰폰 신규 사업자의 자본금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부실한 사업자의 진입도 원천 차단한다. 각 사가 다르게 운영 중인 해지 절차도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해 ‘알뜰폰 이용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개정한다.
기존 사전규제로 운영되던 알뜰폰 도매대가는 사후규제 방식으로 전환된다. 사전규제는 오는 3월 일몰된다. 이로 인해 사업자 간 자율협상 후 신고하는 방식의 사후규제가 시행된다. 부당한 도매제공 협정이 신고 되면 이를 반려하거나 시정명령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사후규제 효과성을 확인하고 사전규제 재도입 필요성도 검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