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능화되는 중고거래 사기…피해 방지 대책은 ‘묘연’

지능화되는 중고거래 사기…피해 방지 대책은 ‘묘연’

진화하는 중고거래 사기 수법…피해 금액도 증가 추세
가짜 사이트 개설해 네이버 안전거래 시스템 이용
중고나라 “조회·신고 편의성 높이고 모니터링 고도화”

기사승인 2025-01-16 06:00:05
픽사베이 제공

# 국내 모 아이돌그룹 팬인 박 모씨(여·33)는 최근 멤버 중 한명의 팬미팅 소식을 듣고 온라인 예매를 시도했으나 실패했다. 박씨는 틈날 때마다 당근마켓과 중고나라 카페를 기웃거리며 양도 티켓을 구하기 시작했고, 지난 6일 팬미팅 2연석을 정가에 양도한다는 중고나라 게시글을 보게 됐다.


작성자 A씨(20대)는 가족 관계로 저렴하게 얻은 티켓이라며 싸게 처리한다고 적었다. 박씨는 A씨의 SNS로 연락을 취해 구매의사를 밝혔고, 그가 알려준 네이버 안전결제로 24만원을 입금했다. 그러나 이후 A씨는 “계좌로 입금이 잘못돼 취소하고 다시 입금을 해야 한다”며 추가 송금을 요구했다. 이상한 낌새를 느낀 박씨는 환불을 요구했으나 A씨는 그대로 잠적해 버렸고, 환불은 커녕 티켓도 결국 받지 못했다. 박씨는 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 이를 신고한 상태다.

최근 일어난 실제 중고나라 사기 피해 사례다. 이처럼 온라인 중고거래 플랫폼을 통한 사기 범죄가 횡행하는 가운데, 연말연초를 맞아 공연 관련 티켓 거래 사기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티켓 사기의 경우 피해 금액이 수만원~수십만원대라 신고가 적다보니 더 판을 치는 모양새다.

그동안 중고거래 사기는 꾸준히 있어왔다. 하지만 문제는 중고거래 사기가 갈수록 더 지능화, 조직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16일 디지털 범죄 대응 전문기업 라바웨이브에 따르면 최근 사기 조직이 직접 허위 카페를 만들어 피해자를 속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사기 수법을 보면 중고거래 카페에 거짓 판매 글을 올리고, 구매 문의가 오면 카카오톡 등 메신저로 대화를 이어가려고 한다. 이후 네이버 안전거래 시스템을 가장한 가짜 결제 사이트 링크를 보낸다. 피해자가 가짜 사이트에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입금을 하면 가해자는 연락이 두절되거나 핑계를 대면서 추가 송금을 요구한다. 환급 요청을 하면 판매자가 최소 환급 금액이 있어 차액만큼 더 입금하라고 독촉하는 게 이들의 교묘한 사기 수법이다. 가해자는 송금을 받게 되면 이미 올린 게시글을 삭제하고 다른 아이디로 똑같은 사기 행위를 반복하기도 한다. 박씨의 경우도 이 사례에 해당한다. 

가해자가 요구한 환불 정산 내역. 제보자 제공

라바웨이브는 허위 카페의 특징을 공개했다. 대부분 2024년 12월에 개설됐고, 주소(URL)에 ‘red’, ‘blue’, ‘green’ 같은 영어 색상 단어가 들어 있다. 라바웨이브 측은 신종 중고거래 사기 수법 피해 예방을 위해 △2024년 12월에 만든 카페나 영어 색상 단어가 들어간 주소의 경우 주의 △의심스러운 링크 클릭 자제 △공식 채널로만 결제 △판매자와 거래 플랫폼 신뢰성 확인 등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같은 중고거래 사기가 횡행하는 이유로 급증한 중고거래 규모를 꼽을 수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따르면 2008년까지 4조원에 불과했던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2021년 24조원대로 6배 늘었다. 가파른 상승세에 올해는 43조원까지 커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고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사기 피해도 함께 증가한 셈이다.

중고거래 사기 피해 금액도 불어나고 있다. 금융사기 방지 서비스 ‘더치트’에 따르면 지난해 10월까지 온라인 중고거래 사기 피해는 약 30만건으로, 피해금액은 약 2900억원에 달한다. 이는 2023년 전체(31만 2657건·2608억 5928만원)를 넘어선 수치다. 일각에선 쏟아지는 피해 신고에 경찰 수사 인력이 부족해 소액 피해자들의 경우 수사가 밀린다는 지적도 인다.

허위 중고거래 사기 채팅 사례. 제보자 제공

중고거래 플랫폼들은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해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역부족인 상황이다.

중고나라 관계자는 “현재 사기조회 서비스나 안전결제, 자동알림 기능 등 사기 피해 방지를 위한 각종 안전장치와 더불어 상시 모니터링을 진행해 이용자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점점 진화하는 중고 거래 사기 수법에 대응하기 위해 사기 조회·신고 편의성을 높이고 머신러닝을 이용한 사기 패턴 모니터링 시스템을 고도화하는 등 다양한 제도적·기술적 조치를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는 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서라도 중고 플랫폼들의 자구적인 노력이 뒷받침돼야한다고 강조했다. 신이철 원광디지털대 경찰학과 교수는 “중고 거래 사이트들은 플랫폼만 제공했을 뿐이지 개인 간의 거래로 보기 때문에 사기 피해에 대한 책임 소재에서 벗어나 있다”며 “그렇다고 일일히 가해자들을 걸러내기도 불가능한 구조라 피해 방지가 쉽지가 않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선 거래 시 시간차를 두는 시스템이나, 신중하게 거래를 할 수 있도록 경고 문구를 띄우는 등의 조치가 요구된다”면서 “중고거래 플랫폼 내 제도 개선이나 정비를 통해 경각심을 계속 주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한나 기자
hanna7@kukinews.com
김한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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