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업계의 숙원 중 하나인 ‘법인계좌 허용’ 방안에 대해 업계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가상자산위원회의는 단계적 허가를 언급하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가상자산 업계는 아쉽다는 반응과 함께 적극적인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15일 금융위원회는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로 ‘제2차 가상자산위원회 회의’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이날 가상자산위원회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2단계 입법 시 검토가 필요한 주요 과제들을 선정하고, 해당 과제별 고려사항과 입법방향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여기에 2단계 입법의 주요 과제 중 하나인 스테이블코인 규율방안에 대한 논의도 진행됐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최근 글로벌 가상자산시장은 기대감과 불안감이 얽히며 그 어느 때보다 급격한 변화를 맞이하고 있으며, 이에 글로벌 주요국은 이용자 보호와 함께 ‘규제의 불확실성 해소’에 중점을 두고 가상자산 규율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법인계좌 허용’에 대한 확정은 이번 회의에서 이뤄지지 않았다. 김소영 부위원장은 “지난번 논의했던 ‘법인의 실명계좌 허용’ 이슈는 총 12차례 분과위원회와 실무 TF(태스크포스) 논의 등을 거쳐 정책화 검토가 마무리돼 가는 단계”라며 “빠른 시일 내 가상자산위에 결과를 보고하고 후속 절차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8일 ‘2025년 주요 업무 추진계획’에서 가상자산위 논의 등을 거쳐 법인의 실명계좌 발급을 단계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비영리법인부터 시작해 단계적인 허용 관련 세부 방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법집행기관, 학교 등 비영리법인의 원화 실명계좌가 가장 먼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과 법원 등 사법기관은 범죄 이익으로 몰수한 가상자산을 처분하고 학교나 사회복지기관 등도 기부금으로 받은 가상자산을 현금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가상자산 업계가 주목하고 있는 부분은 비영리법인 다음 단계인 ‘사업 목적으로 가상자산을 보유한 법인’에 대한 계좌 허용 여부다. 현재 특정금융정보법상 실명 인증을 마친 계좌만 가상자산 투자가 가능하다. 현행법상 법인의 실명계좌 발급에 대해 금지하고 있지 않지만, 금융당국은 이를 제한하고 있다. 법인의 실명계좌가 풀리게 되면 가상자산 투자부터 가상자산으로 판매대금 결제, 신규사업 개시 등 다양한 사업영역이 열릴 수 있다.
국내 5대 가상자산거래소(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를 제외하고 가상자산 거래·보관 플랫폼과 수탁기업, 대체불가능토큰(NFT) 플랫폼 기업들이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사업 과정에서 각종 가상자산을 취득하거나 가상자산을 수수료로 수취한다. 하지만 해당 기업들은 국내에서 회계 처리와 현금화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사업체를 국내에서 홍콩, 싱가포르 등 법인 계좌를 허용한 외국으로 옮기고 있는 실정이다.
가상자산 업권 관계자는 “법인계좌가 허용이 안되다 보니 가상자산거래소는 보유한 비트코인, 이더리움을 처분하지 못하고, 블록체인 플랫폼업체는 계좌가 없어 회계 처리와 수수료 지급이 힘든 상황”이라며 “특히 거래소의 경우 원화수수료가 발생하지만 국내 활동 블록체인 업체들은 B2B 협약 이외의 수입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인 계좌를 열어줘야 국내 관련 산업도 경쟁력을 키울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시기가 늦어질수록 국제적인 흐름에 뒤쳐질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