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체질 개선 나선 정부…업계, 환영하지만 실효성에는 ‘갸우뚱’

알뜰폰 체질 개선 나선 정부…업계, 환영하지만 실효성에는 ‘갸우뚱’

- 알뜰폰 육성정책 신규 발표…도매대가 인하·자체 요금제 설계 지원 등
- 침체되고 있는 알뜰폰 시장에 활력 넣을까…업계서는 기대반 우려반
- 최대 52% 도매대가 할인 사실상 불가능…사후규제 협상도 불안요소

기사승인 2025-01-16 06:00:11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이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알뜰폰 경쟁력 강화방안 및 신규사업자 정책 관련 연구반 논의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이소연 기자 

정부가 알뜰폰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도매대가 인하와 신뢰 제고 방안 등 새로운 정책을 제시했다. 업계에서는 정책의 방향성 등에 공감을 표했지만, 도매대가 인하에 따른 실효성에 대해서는 일부 의견이 갈렸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는 1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알뜰폰 경쟁력 강화방안 및 신규사업자 정책’을 발표했다. 

과기부 육성책 전략은 크게 3가지로 구성됐다. △독립계 알뜰폰사 요금 및 서비스 경쟁력 강화 △알뜰폰 시장 전반에 이용자 신뢰 확보 역량 강화 △활발하고 공정한 경쟁 시장 환경 조성 등이다. 

우선 요금 및 서비스 경쟁력 강화를 위해 데이터 도매대가를 인하한다. 알뜰폰 서비스는 기존 통신 3사에 망 사용료(도매대가)를 내고 빌려 쓰는 형태로 운영된다. 알뜰폰 서비스 운영 및 요금제에 도매대가가 미치는 영향은 클 수밖에 없다. 

데이터 도매대가는 제공비용 기반 방식을 도입해 현재 1MB당 1.29원에서 0.82원으로 36% 인하한다. 최근 10년간 가장 큰 폭의 인하다. 1년에 5만 테라바이트(TB) 이상 선구매하면 SKT 기준 도매대가의 25%를 추가 할인 받을 수 있게 된다. 대량 할인도 현재 13%에서 18%로 확대된다. 정부는 도매대가 인하 및 대량구매 추가 할인 등을 통해 최대 52%의 인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1MB당 1.29원에서 최대 0.62원으로 낮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도매대가 인하는 다음 달 중 고시 개정을 통해 시행된다. 

이와 함께 기본 제공량 소진 후 제한된 속도로 데이터를 이용하는 ‘데이터 속도제한 상품’의 경우 기존 400Kbps에 더해 1Mbps를 추가한다. 이동통신사는 알뜰폰사의 자체요금제 설계에 협조하도록 하는 내용도 도매제공 협정에 반영한다. 

과기부는 이를 통해 파격적으로 저렴한 5G 요금제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류제명 과기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도매대가 인하가 본격 적용되면 1만원대 20기가 5G 요금제가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교환기와 고객관리시스템 등 자체 설비를 갖춘 ‘풀 MVNO’의 출현도 적극 지원한다. 네트워크 연동 의무화 및 정책금융을 통한 설비투자 등이다. 풀 MVNO에 대해서는 도매제공의무사업자를 현재 SKT에서 이동통신3사로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풀MVNO가 역량을 갖춰 향후 제4이동통신사로 발전하는 길을 열겠다는 취지다. 

알뜰폰 신뢰 제고를 위해 정보보호 관리체계(ISMS) 인증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부실한 사업자의 신규 진입도 원천 차단한다. 자본금 기준을 현재 3억원에서 10억원으로 올리고, 이용자 보호계획서 제출도 의무화한다. 각 사가 다르게 운영 중인 해지 절차도 구체적으로 제시하도록 해 ‘알뜰폰 이용자 보호 가이드라인’을 개정한다. 

공정한 경쟁시장 환경 조성과 관련해 도매대가 협상 제도 전환에도 적극 대응한다. 그동안 정부가 사업자 간 협상을 중재, 검증하는 방식을 통해 도매대가가 설정됐다. 그러나 해당 법안이 일몰되면서 오는 3월부터 사업자 간 자율협상 후 신고 방식으로 전환될 예정이다. 이른바 사후규제다. 이에 정부는 이동통신사의 지위남용 방지를 위해 부당한 협정은 신고 발려 또는 시정명령할 수 있도록 시행령을 마련한다. 

1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알뜰폰 경쟁력 강화방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이같은 방안은 알뜰폰 업계에 활력을 줄 수 있을까. 현재 알뜰폰 업계는 이동통신3사의 저가요금제 출시 등으로 이용자 신규 유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이동통신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 이동한 사용자는 37만7432명에 불과했다. 지난 2023년(80만896명)과 비교하면 반 이상 줄었다. 일부 중소 사업자들은 사업 정리에 나섰다. 한국알뜰통신사업자협회 회장사인 세종텔레콤은 지난해 알뜰폰 브랜드 ‘스노우맨’ 매각을 선언했다. 여유모바일도 같은 해 12월31일부로 영업종료를 결정했다.

알뜰폰 업계는 정부의 알뜰폰 시장 육성 정책 방향에 대해 공감을 표하며 환영 의사를 밝혔다. 큰 폭의 도매대가 인하와 알뜰폰 시장 재정비 등에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알뜰폰 활성화를 위해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한 것에 대해서는 기쁘게 받아들인다. 알뜰폰 활성화의 통로를 열어준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에서도 도매대가 인하에 따른 새로운 요금제 설계를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자본금 상승과 ISMS 인증제 의무화가 사업자 신규 진입에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정보통신 사업자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며 “이를 감당하고 책임질 수 있는 이들이 사업자로 있어야 알뜰폰 신뢰성도 제고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도매대가 인하의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정부가 제시한 최대 52% 인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1년에 5만 테라바이트(TB) 이상을 선구매할 시, 52% 인하된 가격을 적용하더라도 325억에 달한다. 업계에 따르면 5만 TB를 구매, 소화할 수 있는 사업자는 현재로서는 없다. 업계 최상위권 사업자도 1년에 1만 TB를 구매해 판매하는 수준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도매대가를 52% 이상 할인 받게 된다면 큰 의미가 있지만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내부적으로 검토한 결과 도매대가 인하 관련 큰 실효성이 없다. 알뜰폰 업체가 수익을 늘릴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정부 개입 없이 사후규제로 진행될 도매대가 협상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정부가 개입하지 않을 경우, 이동통신사와 알뜰폰 업체 간의 협상력 차이가 너무 크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도매대가 협상안에 따라 사업계획 등을 세우고 있는데 앞으로 협상이 얼마나 장기화될지, 도매대가가 인하될지 등은 전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도매대가 협상을 위해서는 정부의 개입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소연 기자
soyeon@kukinews.com
이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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