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보험사가 기후 위기를 막을 수 있는 기술의 초반 개발 단계부터 참여해야 합니다.”
메리엄 골라나기 제네바 국제보험경제연구협회 기후변화 및 환경팀장은 16일 보험연구원이 개최한 국제 세미나에 화상으로 참석해 이렇게 말했다.
제네바 국제보험경제협회(제네바협회)는 2005년 조직된 보험산업 싱크탱크다. 위험과 보험을 연구하는 경제학자가 모여 보험산업 미래를 연구하는 조직이다.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출범한 기후 기술 관련 투자 플랫폼 ‘브레이크 스루 에너지 벤처스(Breakthrough Energy Ventures)’와 협업도 하고 있다.
골라나기 팀장은 “기후 위기를 막으려면 산업의 탈탄소화가 필요하다. 탈탄소화의 핵심은 에너지 전환”이라면서 “국제적 목표에 비춰 보면 앞으로 6년 안에 700만톤의 탄소를 포집해야 하는 만큼 친환경 에너지 기술을 구현해야 할 긴박성이 굉장히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태양광 발전 산업이 가격 경쟁력을 갖춰 시장에 대규모로 도입되는 데 40년이 걸렸다”면서 “이제는 40년이나 들일 시간이 없다. 국제 에너지 기구(IEA)는 지금부터 2050년까지 매년 4조7000억달러를 투자해야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친환경 에너지 기술의 개발을 단축하기 위해서는 초반 위험 요소를 잘 평가하고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 골라나기 팀장의 주장이다. 그는 17개 위험 유형을 4개 범주로 나눠 소개하며 “과거에는 기술에 투자할 때 가격이나 기술의 유용성 등을 평가한 반면, 이제는 해당 기술을 위해 훈련된 인력이 있는지, 정부의 운영 허가가 있는지, 공공 정책과 지역사회 인식은 어떤지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런 복잡한 위험 요소가 기술이 상용화되는 과정에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골라나기 팀장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보험사를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기술 개발 초반 단계부터 최대한 빨리 논의해야 한다”면서 “관련 기술에 결함은 없는지, 기술 구현을 위한 여러 요소에 결함은 없는지 등을 사전에 식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가 초반에 위험 평가를 하면 초기 투자를 북돋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골라나기 팀장은 “기후 목표를 달성하려면 어떤 기술이 실패할 가능성이 있는지 빨리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기후 기술의 초기 개발에는 수천만 달러가 들어갈 수 있다. 그런데 기술이 충분히 시험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투자자들이 투자를 망설여 기술 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지적했다.
골라나기 팀장이 제안하는 해결책은 보험사의 리스크 평가팀이 투자사나 기술개발사와 초기부터 의논하는 것이다. 그는 “리스크를 낮추기 위한 관리 솔루션을 보험사가 제공함으로써 기술 개발사는 더 많은 자본을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보험사, 재보험사의 리스크 전문가가 조기에 참여하면 위험성에 대한 더 많은 데이터를 투명하게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기술 개발 단계에서 기상이변 등 위험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개발을 마치고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보험을 확보하지 못할 위험도 있다. 골라나기 팀장은 “태양광 발전소 기업이 이미 부지를 정하고 보험을 찾으면 이미 너무 늦을 것”이라면서 “이미 상당 부분의 위험이 간과된 후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