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00%로 동결했다. 경제적 상황을 감안하면 금리를 낮춰야 하지만, 정치적 리스크로 인한 환율 영향으로 동결을 결정했다는 설명이다. 기준금리 동결에 따라 얼어붙은 국내 내수 시장의 활성화는 잠시 뒤로 미뤄지게 됐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6일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를 개최하고 기준금리를 동결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의 기준금리는 연 3.00%로 유지됐다. 앞서 금통위는 지난해 10월, 11월 연속으로 금리를 0.25%p씩 인하한 바 있다. 한국의 기준금리가 2연속 내려간 것은 15년만에 있는 일이다.
금리 동결 주 요인은 “정치적 이유로 촉발된 고환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 동결의 가장 큰 요인으로 환율을 꼽았다. 다만 환율의 급등 요인이 경제적인 요인에서 촉발된 것이 아닌 정치적인 사건으로 인해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경기만 보면 인하가 맞지만, 환율이 너무 높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며 “이번에는 특히 환율을 중심으로 한 대외 균형이, 경제적인 이유가 아니라 국내 정치적인 이유로 인해 악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환율은 우리 경제 펀더멘털이나 미국과의 경제 격차 등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이라든지 대외 불확실성이 큰 상태에서 상황을 좀 더 보고 확신을 갖고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환율이 계엄 전 1400원에서 1470원으로 오른 것 중에 50원은 세계 공통으로 달러가 강세를 보였기 때문”이라며 “기계적으로 보면 정치적 이유로 인한 상승은 20원(에 그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환 헤지 물량, 시장 안정화 조치 효과 등을 고려하면 (정치 영향은) 20원보다 큰 30원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출금리 인하 ‘제한적’…부동산시장 ‘해빙’도 멀어졌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함에 따라 시장금리의 본격적인 하락은 잠시 미뤄지게 됐다. 특히 가산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는 은행권에서의 속도 조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은행 대출금리는 기준금리에 영향을 받는 시장금리인 금융채에 가산금리를 더한 구조로 구성된다. 기준금리가 동결된 가운데 가산금리를 내릴 경우 은행 간 ‘대출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 때문에 인하 타이밍을 두고 은행 간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기준금리 결정은 시차를 두고 시장에 반영된다”며 “은행권은 너무 높거나 낮은 대출금리가 형성되지 않도록 가산금리 등을 설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대출금리 인하가 늦어지면서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의 활성화도 잠시 미뤄질 전망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금리 동결이 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지만, 관망세가 더 이어지게 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연초 가산금리 인하 등 금융권의 가계대출 재개와 중도상환수수료 하향 조정 등이 겹치며 주택시장 여신 환경은 개선됐으나, 탄핵정국과 경기 위축, 겨울 비수기가 겹치며 냉각된 주택시장을 녹이기는 제한적”이라며 “부동산 거래 회전율의 개선은 적어도 봄 이사철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위원은 “부동산 시장 참여자들에게는 기준금리보다 대출금리가 더 민감한 영향을 주는데 지난해 대출금리가 비례해서 내려가진 않았다”며 “따라서 이번 기준금리 동결이 시장에 주는 영향력은 제한적이며, 지금과 같은 관망세에 더 확신을 주는 정도의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금융당국에서는 금리 동결에 따른 시장 반응을 살펴보고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동결 직후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금리인하 기대 및 요구가 높음에도 미국의 관세강화·재정적자·통화정책 등 대외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그 시기가 지연됐다”며 “가계·기업이 종전 2차례 금리인하 효과를 체감할 수 있도록 대출 금리 전달 경로와 가산금리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