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차기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를 과두제로 규정하고 그들이 권력을 남용하지 않도록 견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시간 15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한 대국민 고별 연설에서 “극소수의 초부유층에게 권력이 위험하게 집중되는 것은 위험하다. 그들의 권력 남용이 제한받지 않으면 위험한 결과가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날 미국에는 부와 권력, 영향력이 소수에 집중되는 과두제가 형성되고 있다. 이는 우리 민주주의 전체, 우리의 기본적인 권리, 자유, 누구나 앞서나갈 수 있는 공정한 기회를 위협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는 미국 전역에서 그 결과를 볼 것이다. 전에도 본 적 있는 모습”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이는 백만장자 기업인을 적극 고위 당국자로 기용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를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트럼프 당선인은 앞서 정부효율부(DOGE)를 신설하고 세계 최고 갑부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장관으로 지명했다. 이외에도 재무부, 상무부, 교육부, 에너지부, 내무부 장관과 국방부 부장관을 사모펀드 창립자 등 억만장자로 채웠다.
바이든 대통령은 19세기 미국을 예로 들며 증세를 강조했다. 그는 “1세기도 더 전에 미국 국민은 부유층을 처벌하지 않았다. 다른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규칙을 그대로 적용했을 뿐”이라면서 “근로자들은 공정한 몫을 벌 권리가 있다. 그 권리를 보장한 것이 우리가 가장 거대한 중산층을 쌓는 길로 나아가는 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공정한 세금에 기후 변화 대응이 걸려 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세계 역사상 가장 중요한 기후 및 청정 에너지법에 서명했다. 환경 보호와 경제 성장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면서 “하지만 강력한 세력이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를 없애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통제받지 않는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이를 막는 것은 허위 정보라고 봤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인들은 권력 남용을 가능케 하는 허위 정보의 눈사태에 묻히고 있다”면서 “진실은 권력과 이익을 위해 하는 거짓말에 의해 가려져 있다”고 말했다. 이어 “소셜플랫폼이 우리 자녀와 가족, 우리 민주주의를 권력 남용으로부터 보호하도록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면서 자극적인 허위 정보 유포를 제지하지 않은 페이스북 등 거대 플랫폼을 비판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성관계 입막음 관련 장부 조작 혐의에 대해 유죄라면서도 조건 없는 석방을 선고한 법원도 비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어떤 대통령도 재임 중에 저지른 범죄로부터 면제받지 못한다는 것을 명확히 하기 위해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권력은 절대적이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또다른 위험은 권력과 부의 집중”이라면서 거듭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했다. 그는 “세법을 개혁해 억만장자에게 막대한 세금을 깎아주는 대신 공정한 몫을 내도록 해야 한다”면서 “엄청난 선거 기부금 뒤에 숨겨진 자금을 정치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