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정치얘기 불편해”…탄핵 정국에 ‘지친 청년들’

“설 정치얘기 불편해”…탄핵 정국에 ‘지친 청년들’

계엄 이후 좁아진 취업문 지적…정치 얘기 불편함 호소
설 명절에 ‘의견 차이’ 분쟁 지적…직장 내 정치 얘기도 나와
박상병 “취직·결혼·거주 마련해야 하는 청년…경제·정치 복합문제에 피로”

기사승인 2025-01-26 06:00:12
윤석열 대통령의 구속영장 발부에 반발한 지지자 46명이 법원 경내로 무단 진입해 현행범으로 체포된 지난 19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부지방법원에서 경찰 과학수사대가 증거를 수집하고 있다. 유희태 기자 

청년들이 탄핵 정국과 경제위기에 ‘피로감’을 호소했다. 설 명절 가족이나 직장 내에서 정치 얘기가 나오는 게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정치권에서는 경제 위기 속 정치 분열이 청년들의 피로감을 높였다고 분석했다. 

26일 설 연휴를 앞두고 청년들은 현재 정치에 대한 피로감을 전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사태’를 시작으로 탄핵 찬반 집회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경찰 체포영장 집행, 윤석열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 서울서부지법 폭력사태 등 예상을 벗어나는 사건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현직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와 서부지법 폭력사태는 헌정사상 최초다. 이 과정에서 경찰 41명이 부상당했고, 이 중 5명은 중상을 입었다.

취업 준비하던 31세 청년 A씨는 현 상황에 대한 불안감을 전했다. 그는 취재진과 대화에서 “계엄령부터 상황이 이상해지더니 기업들이 채용문을 좁혔다. 먹고살기도 급한 상황에서 정치 얘기가 나오는 자체가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30세 남성 B씨도 “(설 명절이) 다가와도 말을 아끼게 되는 것 같다. (정치 현안이) 불편하다”고 지적했다. 

7년째 기업에 다니고 있는 C씨(34세)는 인터뷰 중 헛웃음을 웃기도 했다. 정치 얘기가 불편함을 넘어 무관심해졌다는 반응이다. 그는 “설 명절에 정치 얘기는 나올 수밖에 없다. 자유롭게 본인 의견을 표현해도 된다”며 “다만 저는 정치 얘기를 아예 듣지 않는다. 처음에 불편했는데 무관심이 가장 효과적인 대처”라고 말했다.

직장인 D씨(37세)도 “친척·가족과 함께 보는 건 1년에 많아야 두 번이다. 자주 못 보는 만큼 정치 얘기는 안 나왔으면 좋겠다”며 “아무래도 정치 얘기가 나오면 서로가 얼굴을 붉힐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회사만 봐도 주변에 정치에 관심을 두지 않는데 일부러 더 말하는 사람이 있다. 함께 있으면 불편하다”며 “계엄 이후 누군가 정치 얘기를 꺼내 들면 주변 분위기가 얼어붙는다”고 말했다.

자취 직장인 E씨(34세)는 “다 모인 자리에서 불편하게 정치 얘기를 꺼낼 필요가 없다. 분쟁이 생기기 때문에 불편하다”며 “정치는 말로 하는 게 아니고, 표로 하는 것이다”이라고 선을 그었다.
성차량들이 고속도로에서 정체를 겪고 있다. 쿠키뉴스 자료사진

전문가는 청년층의 정치 피로감이 경제위기와 맞물렸다고 분석했다. 청년들은 취직과 결혼, 주거 문제를 앞두고 있어 만성 정치 피로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이날 쿠키뉴스와 통화에서 “모든 국민이 피곤하지만, 그 중 청년은 더 피곤할 것이다. 취직과 결혼, 주거 등 해야 할 일이 많은데 뉴스만 보면 나아지는 내용이 하나도 없다”며 “이 상태에서 어른들이 정치로 싸우는 것을 보면 만성 피로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가 이어지는 동안 정치권의 싸움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며 “설 이후에도 청년들은 불안함을 안고 살아가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임현범 기자
limhb90@kukinews.com
임현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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