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금융 압박 의식했나…이재명, 은행장들 만나 “강요하는 자리 아냐”

상생금융 압박 의식했나…이재명, 은행장들 만나 “강요하는 자리 아냐”

민주당, 은행권 현장간담회
이재명 “서민 지원 역할이 기본”
커지는 가산금리 인하 압박

기사승인 2025-01-20 17:04:54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더불어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에 참석한 모습. 정진용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대 은행장(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IBK기업은행)을 소집했다. 이 대표가 사회적 책임을 고려한 대출금리 산정체계 마련을 강조한 만큼, 은행권은 곧 가산금리 손질에 들어갈 전망이다. 

이 대표는 20일 오후 4시 서울 중구 소재 전국은행연합회 중회의실에서 ‘상생금융 확대를 위한 더불어민주당·은행권 간담회’를 열었다. 이 대표의 이번 은행연합회 방문은 지난달 한국거래소, 서민금융진흥원에 이은 민주당의 민생경제 살리기 행보의 일환이다. 이는 민주당 정무위 제안으로 성사됐다.

은행권에서는 조용병 은행연합회장을 비롯해 강태영 농협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 정진완 우리은행장, 이호성 하나은행장, 이환주 국민은행장, 김성태 기업은행장이 참석했다. 민주당에서는 강준현 정무위 간사, 강훈식·박상혁·유동수·전현희·김승원·이정문·민병덕·김남근·김용만·김현정·이강일 정무위 위원, 조승래 수석대변인, 이해식 당대표 비서실장, 김태선 당대표 수행실장 등이 나왔다.

이재명 “금융기관, 지원이 기본적 역할 아닌가”…상생금융 압박 관측은 부인

이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전세계적인 상황도 그렇고 한국의 특수상황까지 겹쳐 한국 경제가 매우 불안정하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면서 “상황이 어려울 수록 힘없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은 고통을 겪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각 은행에서도, 금융기관들도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서민 금융 지원을 위해서 애를 많이 쓰시는 걸로 알고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도움이 절실할 텐데, 원래 금융기관 역할 자체가 기본적으로 지원 업무가 아니겠느냐”면서 “은행들이 지금 준비하신 여러 가지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원 방안을 충실하게 잘 이행해 주시고, 우리 서민들 소상공인 여러분들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역할을 해 달라”고 당부했다.

다만 이 대표는 이날 간담회가 상생금융 압박용이라는 관측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대선놀이하냐’는 비판을 의식한 듯 이 대표는 “일부에서 얘기하는 것처럼 여러분들에게 뭔가를 강요해 얻으려 하거나, 무엇인가를 강제하기 위한 것은 전혀 아니다”라면서 “금융기관들이 필요로 하는 것들이 어떤 것인지 충분히 들어보고 은행권이 활동하시는데 정치권에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는지 그런 얘기를 들어 보려 하는 자리니까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말씀해달라”고 강조했다.

20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민생 경제 회복을 위한 더불어민주당-은행권 현장간담회’에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정진용 기자

은행권 “은행 금융지원으로는 한계”…결제 키오스크 설치 제안

이에 조 회장은 “은행회관은 IMF,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19 같은 중요한 변곡점마다 금융권이 모여 대응 방안을 모색했던 의미 있는 공간”이라며 “오늘 이렇게 많은 의원들이 함께해 주신 것은 그만큼 우리가 중요한 변곡점에 서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조 회장은 “올해도 은행은 주요 고객이자 민생 경제 근간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더욱 다양하고 지속가능한 지원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라면서도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이 처한 고물가 고환율 상황을 은행의 금융지원만으로는 확보하기 어렵다. 비금융 측면에서의 지원도 필요하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은행에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위해 저렴하게 결제 키오스크를 설치할 수 있도록 한다면 소상공인의 운용 비용을 절감하면서도 은행이 상거래 데이터를 확보해 소상공인에게 더욱 낮은 금리로 대출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은행권은 지난달 23일 발표한 소상공인 금융지원 방안도 설명했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올해 소상공인 25만명을 대상으로, 대출액 14조원에 대해 연간 6000~7000억원 규모의 이자부담을 낮춰주는 금융지원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소상공인 차주별 맞춤형 채무조정, 폐업자 대상 저금리·장기 분활 상환 프로그램 도입 등이 골자로 오는 3~4월 시행 예정이다. 5대 은행과 기업은행이 재원 80%를 부담한다.

당국·정치권 압박에…은행권, 가산금리 손질 못 피할듯

민주당은 은행권에 민생경제 회복을 위한 은행의 추가적 역할을 당부했다. 역대급 호실적 속에서 은행의 사회적 역할을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은행들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냈다. 지난해 3분기까지 5대 시중은행의 누적 순익은 약 11조7883억원으로 전년 동기(약 11조3282억원) 보다 4.06% 증가했다. 

민주당은 구체적으로 당에서 추진 중인 은행법 개정안에 대한 은행권의 협조를 당부했다. 민병덕 민주당 의원은 지난해 12월30일 ‘은행법 일부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고금리가 지속되며 금융소비자 부담은 커지는데 은행권 이자수익이 크게 늘어난 것에 문제 의식을 갖고, 은행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제도화해 은행의 수익 추구와 사회적 책임 간 균형을 제고하려는 취지로 발의됐다. 

은행법 개정안은 가산금리에서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와 법정출연금 등을 반영하지 못하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민 의원이 지난해 6월 발의한 △가산금리에서 예금자보호법에 따른 보험료, 교육세 및 법정 출연금 등을 산정 항목에서 빼고 △ 영업기밀에 해당하지 않는 가산금리는 세부 항목별로 공시하도록 하는 개정안에서 한 걸음 후퇴한 안이다. 

은행권에선 정치권의 가산금리 인하 압박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 이자 장사로 인한 비판 여론이 크고, 금융감독원도 최근 가산금리 추이를 면밀히 점검하라는 지시를 했기 때문이다. 은행권 자체 추산에 따르면 민주당의 개정안이 시행될 경우 출연료 등 1년에 약 3조 원이 넘는 비용이 가산금리에서 빠지게 될 전망이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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