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비상입법기구’와 관련해 김용현 전 국방부장관 측이 “메모 작성자는 김용현 전 장관”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고 한 것과 달리 김 전 장관은 본인이 작성한 쪽지임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김 전 장관 측 변호인단은 20일 오후 입장문을 통해 “비상입법기구는 헌법 제76조 제1항 긴급재정입법권 수행을 위해 기재부 내 준비조직 구성과 예산 확보를 대통령에게 건의한 것으로 국회 대체와는 전혀 무관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앞서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 선포 직전 소집된 국무회의에서 최상목 기재부 장관에게 ‘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하라’ 등의 내용이 담긴 쪽지를 건넸다고 한다. 이에 대해 윤 대통령은 18일 영장실질심사에서 재판부가 비상입법기구에 대해 묻자 “김 전 장관이 쓴 것인지 내가 쓴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며 “비상입법기구를 제대로 할 생각은 없었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의 공소장에도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후 최 장관에게 △예비비를 조속한 시일 내 충분히 확보해 보고할 것 △국회 관련 각종 보조금·지원금 등 현재 운용 중인 자금을 포함해 원천 차단할 것 △국가 비상 입법기구 관련 예산을 편성할 것 등이 담긴 문건을 건넸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비상계엄으로 국회를 무력화시킨 후 별도의 비상입법기구를 창설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더불어민주당의 내란적 상상력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변호인단은 “김 전 장관은 국회가 삭감한 행정예산으로 마비된 국정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재원 마련을 건의한 것”이라며 “이를 위해 긴급명령 및 긴급재정입법권한을 행사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