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업계가 4년 연속 자동차보험료를 인하하기로 했습니다. 상생금융 차원에서 어렵게 내린 결정이라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이를 체감하기 어렵습니다. 분명 보험료가 내려갔는데 느껴지지 않는 이유를 알아봤습니다.
“내렸다는 느낌이 하나도 없어요. 매년 똑같이 냈어요” - 김모씨(59), 운전 경력 35년
“매년 보험료를 내는데 인하했다는 건 잘 몰랐어요” - 박모씨(33), 운전 경력 5년
“운전 경력이 쌓이면 자동차보험료가 인하된다는데 느껴지지 않아요” -권모씨(30), 운전 경력 10년
손해보험업계는 지난 2022년부터 4년간 매년 보험료를 인하해 왔습니다. 지난 2022년에는 보험료의 1.2~1.4%, 2023년 2.0~2.5%, 2024년 2.5~3.0%를 인하했고, 올해도 0.5~1% 수준의 조정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쿠키뉴스가 만난 자동차보험 가입자들은 하나같이 지난 4년간 보험료가 인하된 것을 느낀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인하 폭이 크지 않은 탓입니다. 자동차보험은 연간 100만원 이상의 고액 보험료를 내는 상품입니다. 1%를 인하하면 1만원을 깎는 셈입니다. 운전 경력 5년차 박씨는 “어차피 1년에 140~150만원이 나가니까 인하가 그리 체감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문제는 이 정도 인하로도 업계의 부담이 크다는 점입니다. 2023년 국내 12개 손해보험사의 자동차보험료 수입은 21조484억원이었습니다. 1%를 인하하면 연간 2000억원의 보험료를 인하하는 셈입니다. 앞서 업계는 지난해 매 분기 자동차보험에서 적자를 내 보험료 인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낸 바 있습니다.
부담을 느낀 업계는 더 보수적으로 보험을 운영할 수밖에 없습니다. 운전 경력 30년의 김 씨는 “(보험료에서) 만원 2만원이 깎였는지는 몰라도 보험 가입은 더 어려워졌다”고 말했습니다. 예전보다 운행 거리나 사고 기록을 더 꼼꼼하게 반영하는지 가입이 거절당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발생했다는 것입니다.
인하를 위해 보험사가 손해를 본다는 이야기만 들릴 뿐, 크게 느끼는 효용이 없다 보니 소비자 불신은 점차 커지고 있습니다. 김씨는 이번 인하를 두고서도 “그동안 보험사가 취한 이익에 비하면 적게 내린 것”이라면서 “가시적으로 보이는 게 있어야지 1~2% 가지고 큰소리칠 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얼마나 내려야 소비자 부담을 덜 수 있을까요. 운전경력 10년차 권씨는 “100만원 이하로 내려가면 조금 인하됐다고 느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적어도 10% 이상은 인하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자동차보험은 손해율이 높은 상품입니다. 보험금으로 나가는 돈이 보험료로 들어오는 돈의 90%에 육박합니다. 업계 관계자들은 “사실상 이익이 거의 나지 않는다”고 강조합니다. 최근 차량 수리비가 부품비와 인건비 영향으로 대폭 상승하면서 부담이 더 커졌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파격적인 할인은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 입장입니다.
대신 보험업계는 자동 제동 장치 설치나 일정기간 무사고 등 사고 위험을 줄이는 운전자에게 보험료를 할인해 주고 있습니다. 한 번 든 자동차보험을 같은 회사로 쭉 갱신하기보다 주기적으로 타사와 비교해 더 싼 상품으로 바꾸는 것도 유효한 전략입니다. 자동차보험료 비교는 금융당국의 추진에 따라 손해보험협회와 생명보험협회가 출시한 보험 비교 서비스 ‘보험 다모아’에서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