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 헌법재판소(헌재)의 탄핵소추 기각 결정에 따라 직무에 즉시 복귀한다. 직무정지 174일 만이다.
헌재는 23일 이 위원장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를 기각했다. 재판관 8인 중 김형두·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은 기각 의견을, 문형배·이미선·정정미·정계선 재판관은 인용 의견을 냈다. 동수로 의견이 엇갈렸으나, 법에 따라 파면 결정에는 재판관 6인 이상의 동의가 필요해 탄핵소추가 기각됐다.
기각 의견을 낸 재판관 4인은 2인 체제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 심의·의결과 관련해 이 위원장이 헌법 또는 법률에 위반되는 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봤다.
김형두 재판관은 보충의견을 통해 “2인 체제로 의결한 것 관련해 위법성이 객관적으로 명백하게 드러나 있었다고 볼 수 없다”며 “피청구인(이 위원장)이 적극적 의도로 법률을 위반했다고 보기 어렵고 국회·법원의 감시와 통제에 의해 헌법의 규범력을 확보하고자 하는 탄핵제도의 목적이 어느 정도 구현됐다. 파면 결정을 정당화하는 사유는 존재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인용 의견을 낸 4인은 2인 체제 방통위에 대해 “방통위 운영법을 위반했으며 그 자체로 파면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로 중대한 법률 위반”이라고 봤다. 방통위를 합의제 기관으로 설치해 방송의 자유와 공적 기능을 보장하고자 한 입법취지를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방통위의 적법한 의결을 위해서는 최소 3인 이상의 위원이 재적하는 상태에서 과반수의 찬성을 얻어야 한다고도 판시했다. 이와 함께 이 위원장이 방송의 공익성과 공공성에 대한 국민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했다는 내용도 언급됐다.
국회는 지난해 8월2일 이 위원장이 방통위 2인 체제에서 위법하게 KBS와 MBC 대주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안을 의결했다며 탄핵소추안을 의결했다. 방통위 상임위원은 법적으로 5인이기에 의결을 위해서는 최소 3인 이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이 위원장은 탄핵 심판 변론에 출석해 정해진 법과 절차에 따라 직무를 수행했을 뿐이라고 맞섰다.
이날 헌재의 기각 결정에 따라 이 위원장은 직무에 즉시 복귀하게 됐다. 이 위원장은 선고 직후 기자들과 만나 “헌법 원리에 따라 현명하게 결정을 내려준 헌재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며 “앞으로 직무 복귀해서도 이런 결정을 내린 국민들을 생각해 명심하고 직무를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야권에서도 헌재 결정을 받아들일 것이라 생각한다”며 “오늘 결정으로 인해 다시는 국회 의무인 상임위원(추천)을 지연시키는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복귀 후 처리할 업무와 관련해서는 “방송사(지상파) 재허가와 거대 기업들(빅테크)에 대한 과징금 부과 이슈가 있다”며 “업무를 잘 수행할 수 있도록 국민들께 많은 지원을 바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