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임시주주총회가 23일 오전 위임장 확인 절차로 지연되고 있다.
임시주총이 열리는 용산구 그랜드하얏트호텔 로비는 이날 오전 8시부터 관계자들과 취재진으로 북적였다. 당초 임시주주총회는 오전 9시 시작할 예정이었지만, 중복 위임장 확인 절차로 정오까지 주주총회는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상당히 많은 위임장이 중복 위임장”이라며 “주주분들께 일일이 연락드려 확인하는 과정에 있다. 이날 정오까지는 주총이 개회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MBK파트너스와 영풍은 임시주총 전날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만들어 ‘상호주 의결권 제한’ 카드를 내세운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의 행위에 대해 ‘탈법적 순환출자’에 해당한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날 최 회장 측이 지배하는 영풍정밀은 자사와 최씨 일가가 보유한 영풍 지분 10.33%를 선메탈코퍼레이션(SMC)에 장외거래로 매도했다고 공시했다. SMC는 고려아연이 호주에 세운 선메탈홀딩스를 통해 설립한 고려아연의 손자회사다.
상법 369조 3항에 따르면 회사가 단독 또는 자회사를 통해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 10%를 초과해 갖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갖고 있는 상대방에 대한 의결권은 행사할 수 없게 된다.
고려아연 측은 임시주총 전날 이뤄진 영풍정밀과 최씨 일가의 영풍 지분 매도로 고려아연과 SMC가 영풍 지분 10% 이상을 갖게 돼 영풍의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은 제한됐다는 입장이다.
이에 MBK는 영풍 지분을 취득한 SMC가 유한회사이자 외국회사이기 때문에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 적용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반박했다.
MBK는 “국내 공정거래법상 순환출자 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외국회사인 SMC를 동원하고서 외국회사인 SMC에 대해 국내 상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로지 최 회장의 경영권 방어만을 위해 이뤄진 갑작스러운 SMC의 영풍 주식 취득으로 인해 영풍 그룹 내 신규 순환출자가 형성되는 등 공정거래법을 잠탈하는 탈법적 행위가 이루어졌고 그밖에 외국환거래법 위반, 업무상 배임 등 각종 위법행위의 소지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고려아연 측은 “SMC는 유한회사가 아닌 주식회사”라며 “상법 교과서와 해설서를 봐도 외국기업이라도 국내 활동에 대해서는 국내 상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나와 있다. 이번 조치는 법적으로 문제 없고 유효하다”고 말했다.
고려아연 측은 전날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 공시에서 SMC의 법적 성격을 ‘유한회사’로 밝혔으나, 이날 오전에는 ‘Australian Proprietary Limited (Pty Ltd) Company’로 정정했다.
순환출자 형성은 공정거래법상 금지되고 형사처벌 대상이라는 지적에 대해 고려아연은 ‘국내 계열회사에만 적용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