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한테 맡겨놔”…세뱃돈 10년 ETF 투자 결과는

“엄마한테 맡겨놔”…세뱃돈 10년 ETF 투자 결과는

기사승인 2025-01-27 06:00:10
23일 코스피는 종가 2,515.49를 기록했다

“세뱃돈은 아이 이름으로 만든 증권 계좌에 넣어주려 합니다. 10~20년 생각하고 넣어 놓으면 목돈 되지 않을까요. 미국 ETF가 좋다고 하던데, 국내 증시보다는 수익률이 괜찮을 걸로 기대합니다” (40대 아버지)

설 명절 받은 자녀 세뱃돈을 주식에 투자해 주는 부모들이 늘고 있다. 은행 이자 이상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고, 자녀에게 재테크 감각을 알려주기 위한 취지다. 10년간 꾸준히 자녀 세뱃돈을 주식계좌에 넣어줄 경우 어느 정도 목돈을 모을 수 있는지 살펴봤다. 결과는 투자 시장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먼저 2015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세뱃돈 30만원을 받아 국내 주식과 미국 주식에 투자한 것으로 가정했다. 투자 종목은 위험을 분산할 수 있는 ETF로 결정했다. 국내에서는 유가증권시장(KOSPI) 상위 종목 200개를 담은 대표 ETF ‘KODEX 200’을 투자한 것으로 설정했다. 미국에서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추종 대표 ETF ‘SPY’를 꾸준히 적립식으로 샀다고 봤다. 편의를 위해 1주당 가격은 고려하지 않고 30만원을 남김없이 투자한 것으로 했다.

코스피 상위 200종목 추종 10년 투자 수익률, 본전도 못 찾아

코스피 상위 200 종목을 추종하는 ETF ‘KODEX 200’의 최근 10년 주가 추이. 인베스팅닷컴 제공

10년간 설 연휴 내 KODEX 200의 주가를 고려해 누적식으로 모았다고 가정하면 KODEX 200을 대략 98.1주 보유하게 된다. 이는 22일 기준 331만원 정도의 가치다. 설 연휴기간 KODEX 200 주가는 2015년 2만3750원에서 3만5490원으로 상승했다. 총 300만원을 투자해 331만원으로 늘면서 10년 적립식 투자의 수익률은 10% 정도다. 

물가상승률을 고려하면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연간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꾸준히 올라 10년 상승률이 21.5조계원 기자 chokw@kukinews.com% 정도다. 이는 KODEX 200 10년 적립 수익률(약10%)을 훨씬 상회하는 수치다. 만약 10년간 세뱃돈을 코스피에 꾸준히 넣었다면 본전을 찾기 어려웠다는 이야기다.

S&P 500 ETF 꾸준히 샀다면…두 배 이상 수익

S&P 500 지수를 추종하는 ETF ‘SPY’의 최근 10년 주가 추이. 인베스팅닷컴 제공

지난 10년간 설 연휴기간의 환율과 SPY 주가를 고려해 계산하면 22일 기준 SPY 보유 주식 수는 대략 8.85주다. 이는 22일 기준 약 5337달러의 가치다. 총 300만원을 투자해 약 765만원이 됐다. 해외주식은 기본공제액 250만원을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서 22% 양도소득세가 붙게 된다. 또한 해외 주식 거래 시 소정의 환전수수료와 거래 수수료가 차감된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10년 내 환율과 주가의 변동 폭이 매우 크다. 2015년 설 연휴 원·달러 환율은 1105원이고 SPY 가격은 210달러다. 2024년 설 연휴 원·달러 환율은 1332달러, SPY가격은 501달러다. 10년 동안 환율은 30% 이상, SPY 주가는 세 배 가까이 올랐다.

주목할 만한 점은 10년 중 SPY가 전년 설 연휴 대비 하락한 년도가 두 번(2016년, 2023년)밖에 없다는 것이다. 꾸준히 우상향했기에 소위 말하는 ‘물타기’를 할 새도 없었다.

어려지는 해외 투자자

주식투자 등 재테크를 접하는 연령대가 낮아지는 가운데 지난 몇 년간 해외주식 투자의 인기는 점점 치솟고 있다. 미성년자들의 해외주식 투자가 늘어나는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비교적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고 증여세 절세 효과에 금융 조기교육 효과까지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국내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2~3년간 해외 주식, 특히 미국 주식의 성과가 국내 주식시장에 비해 좋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관심이 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투자시야가 넓어져 증여 목적으로 자녀 계좌에 해외주식을 편입시켜 주는 경우가 많아졌다”고 전했다.

현재 우리나라 세법상 미성년 자녀에게 10년간 2000만원까지 비과세로 증여해 줄 수 있다. 해외주식 투자자들이 증가함에 따라 부모들이 자연스레 자녀계좌에도 해외주식을 편입하는 것이다.

토스증권 데이터에 따르면 10대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는 해외주식은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순서다. 주로 M7 종목들을 투자한 것으로 분석됐다. 증권사 관계자는 “당장은 기업규모가 작더라도 미래에 큰 과실로 돌아올 수 있는 종목을 선정해서 투자하는 성장주 투자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윤성현 기자
shyoon@kukinews.com
윤성현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