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이후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내수 활성화 필요성에 공감대가 형성되면서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추경에 회의적이던 여당과 기획재정부 내부에서 기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국정협의회가 가동되면 추가 재정투입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 권한대행은 당초 예산 조기 집행 방침을 거듭 밝히면서 ‘선 예산 집행·후 추경론’을 고수해왔다.
국민의힘 역시 추경 반대에서 1분기 이후 경제 상황을 살펴보겠다며 조건을 붙이는 방향으로 돌아섰다. 예산 조기 집행만으로는 내수 진작과 경기 부양 등 민생 경제 안정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는 현실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추경에 부정적이었던 정부와 여당의 입장 선회는 내수부진 장기화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수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크게 줄어들고, 올해 경제성장률도 낮아질 것이라는 경고음이 속출하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의 2025년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말 평균 1.8%에서 한 달만인 12월 1.7%로 0.1%p 하향했다. 한국은행은 계엄 전인 지난해 11월28일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을 1.9%로 예상했으나, 1.6~1.7%로 내려잡을 가능성도 열어뒀다. 한은은 12.3 계엄사태의 경기 하방효과를 0.2%~0.4% 포인트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실제 계엄 이후 가계와 기업의 경제심리지수는 경제위기 수준으로 급락했다. 12월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대비 12.3 포인트 급락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18.3포인트)과 글로벌 금융위기(-12.6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 기록이다.
내수뿐만 아니라 수출 전망도 어둡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취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공약대로 관세를 상당 폭 인상할 경우 우리 수출에 직접적인 타격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추경의 구체적인 규모까지 언급했다. 이 총재는 지난 16일 “작년과 달리 지금은 추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경제성장률을 인위적으로 올리는 게 아니라 예상보다 떨어진 성장률을 보완하는 정보의 규모면 되지 않는가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5~20조원 규모의 추경 예산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규호 한화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가계 및 기업심리 위축이 당분간 소비와 투자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높아진 실업률(3.7%)도 수요 회복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내수 회복에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고 봤다. 이어 “글로벌 제조업 회복과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 해소가 수출에 반영되는 시점은 2/4분기”라며 “수출이 당장 반등하기도 어렵고 개선세도 완만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추경이 되더라도 효과가 제한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이정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은 지난해 1분기 1.3% 깜짝 성장 이후 △-0.2%(2분기) △+0.1%(3분기) △+0.1%(4분기) 성장으로 사실상 경제성장이 정체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 연구원은 “이미 부진이 심각했던 내수에 계엄사태가 터지면서 회 복세가 지연됐다”면서 “2025년 연간성장률은 추경의 규모와 시기에 따라달라질 수 있으나 의미 있는 수준의 추경이 나오지 않는다면 연간 1.5% 성장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