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설 연휴를 맞아 ‘민생 회복’을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양측은 민생·경제 해법을 두고 양측이 양보 없는 대치를 이어가면서 끝내 설 밥상에 올릴 만한 민생 법안을 내놓지 못했다. 여야의 출구 없는 신경전에 민생·경제가 외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정치권은 설 명절을 앞두고 연일 민생의 어려움을 언급했다. 국민의힘은 설 연휴 첫날인 지난 24일 서울역을 찾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국민을 힘차게, 경제를 힘차게’라는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두르고 귀성객들에게 민생 회복을 약속했다. 이들이 귀성객들에게 당 정책 홍보 팸플릿을 나눠 주며 “어려운 민생을 더욱 꼼꼼히 챙기고 국제 정세에 발 빠르게 대응하면서 우리 경제가 회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민주당도 같은 날 귀성객들에게 민생 회복 의지를 드러냈다. 민주당 지도부는 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을 찾아 ‘다시 뛰는 대한민국’ ‘희망 가득한 새해’라는 문구가 적힌 어깨띠를 착용하고 설 인사를 전했다. 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시민들에게 “시절이 하수상하긴 한데 곧 다 정리될 것”이라고 시민들을 위로했다. 이 대표는 연휴 직전인 지난 23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 우리 사회의 가장 시급한 문제는 경제적 안정과 회복, 그리고 성장”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여야 모두 민생 회복 의지를 표명하고 있지만, 해법을 둘러싼 입장 차는 여전하다. 당초 민주당은 설 밥상에 이재명 대표의 대표 공약인 지역화폐법을 올리기 위해 법안 추진에 주력했다. 윤종군 원내대변인은 지난 21일 “설 명절을 앞두고 민심을 챙기겠다”며 지역화폐법의 당론 재발의 방침을 전했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지역화폐법 추진 방침에 강하게 반발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여야는 설 직전 국정협의체 실무 협의를 이어갔으나 추경 등 경제 정책에서 이견을 보이며 회동을 빈손으로 마무리했다. 민주당은 민생의 어려움을 고려해 추경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국민의힘은 이를 ‘이재명 표’ 지역화폐 예산 확보를 위한 것으로 보고 예산 조기 집행 후 2분기부터 추경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결국 추경 문제에서 평행선을 달린 여야는 민생 법안 처리와 관련한 합의에도 실패했다. 진성준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22일 “거론은 됐지만 합의는 안 됐다. 의견 차이가 크다”고 밝혔다.
다만 이재명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경제 성장을 위한 ‘실용주의’를 강조하면서, 설 연휴 이후 여야의 분위기가 반전될 가능성이 남아 있다.
민주당은 설 연휴 직후인 다음 달 3일 반도체특별법의 주요 쟁점인 ‘주 52시간 근무 예외 조항’에 관련한 정책 토론회를 연다. 이 대표가 좌장을 맡아 직접 토론회를 주재할 예정이다. 이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해 “필요한 조치를 과감하고 전향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만큼, 특별법 처리에 전향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국민의힘은 반도체특별법 합의 처리에 대해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김상훈 정책위의장은 여야 국정협의체 실무 회동 직후 “민주당에서 내달 3일 정책토론회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며 “결과를 좀 보고 상의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