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지급 규모를 놓고 사측과 갈등을 해소하지 못한 SK하이닉스 노조가 최태원 SK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최고경영자(CEO)를 향해 “반도체 1등 회사의 지위를 이어가기 위해 미래 성장에 비례하는 구성원 존중이 있어야 한다”며 “구성원 노력의 대가를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 노조는 전날 최 회장과 곽 CEO에게 이러한 내용이 담긴 편지를 전달했다. SK하이닉스 사측은 이달 24일 역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직원들에게 초과이익분배금(PS) 1000%와 특별성과급 500% 등 총 1500%의 성과급을 지급했다. 이는 역대 최대 수준의 성과급 규모다. 이는 당초 노조에 제시했던 1450%보다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노조는 “노사가 합의한 PS 지급 기준인 ‘영업이익 10%’ 제원을 일방적으로 파기하고 일방적으로 1월 24일 지급한 부분에 강력히 규탄한다”고 반발했다. 곽 CEO는 직원들의 반발에 사내 공지를 통해 “이러한 결정에 대해 만족스럽지 않다고 느낄 수 있고 작년의 성과에 비해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하지만 지금은 한마음으로 힘을 내어 새로운 미래를 만들어 나가야 할 때이며 하루빨리 노사가 신뢰에 기반한 협력적인 모습을 되찾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최 회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SK하이닉스 역사에 단 한 번도 없던 사측의 성과급 강제 집행이 이뤄졌다”며 “이러한 사건이 앞으로 노사 문화 변곡점에 어떤 요인이 될지 심히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는) 경영진과 경영진 사이의 소통 부재, 경영진의 철저한 노동조합 무시 정책으로 회사는 복구하기 힘든 상태가 됐다”며 “SK하이닉스는 저력이 있는 회사고 구성원은 항상 위기 속에서 회사를 먼저 생각했고 그 속에서 회사를 성장시켜 현재 주식 시가총액 165조 원의 회사가 됐다”고 말했다.
이어 “구성원들의 원팀 정신과 이들이 회사 위기 극복에 적극 동참하는 희생정신을 보이면서 AI 반도체 1등 회사가 됐다”며 “SK하이닉스는 구성원 처우가 보장되고 회사의 미래 성장에 비례하는 구성원 존중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 CEO에게 보낸 편지에서는 “회사의 위기 때마다 구성원은 똘똘 뭉쳤고 그 위기 극복 정신 속에서 최고 기술력을 쌓아 곽노정 사장님이 주창한 AI 반도체 퍼스트 무버를 달성했다”며 “그런데 구성원이 똘똘 뭉쳐 한 방향을 지향하던 ‘회사의 위기 극복과 극복 이후 성장에 대한 공정한 이익 배분’ 정신은 어디로 사라졌나”고 반문했다. 이어 “아직 한 번의 기회는 있다”며 “2025년 임금 교섭은 새로운 투쟁의 역사가 만들어질 수 있음을 인지하고 노사 신뢰 관계 회복을 위해 사장님께서 직접 나서 주기를 부탁한다”고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