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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대명절 설을 맞아 29일 오전 경기도 파주시 임진각 망배단에서 열린 제41회 경모제에 참석한 실향민들이 북측 고향을 바라보며 큰 절을 올렸다.
고향을 떠난 지 어느덧 70여 년이 흘렀다. 반세기가 훌쩍 지난 세월 속에서 실향민 1세대들은 여전히 철조망 너머 분단된 현실 앞에서 좌절을 반복하고 있다. 매년 다음을 기약하며 망배단에 차려진 합동 차례상 앞에서 조상들에게 술잔을 올리지만 분단의 아픔은 여전히 깊이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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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실향민 1세대들은 고령화로 인해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생존해 있는 이들조차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많아 경모제 참석 인원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이날 열린 경모제에는 약 50명이 참석했으며 그중 1세대 실향민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분단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통일에 대한 희망도 점점 옅어지고 있으며 실향민 2~3세대들은 통일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크지 않은 현실을 1세대들은 안타까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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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추워진 날씨 속에서 자녀들의 도움을 받아 경모제에 참석한 이명철(93)옹은 개풍의 고향 부모님을 향해 절을 올리며 떠나오기 전 부모님의 모습을 회사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분단의 아픔을 간직한 이들은 오늘도 고향에 한 발짝이라도 더 가까운 임진각을 찾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는 현실 앞에서 망연자실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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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열린 제41회 망향경모제에서 김영호 통일부 장관은 "올해 광복 80주년을 맞아 이산가족 문제를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다루겠다"며 "통일부는 올해를 분단의 아픔을 위로하고 통일의 시간을 열어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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