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발(發) 미국 증시 변동성 확대와 관련해 국내 파급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간 휴장 끝에 개장한 국내 증시는 약세장으로 출발해 2500선 초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한국은행은 31일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고 설 연휴 기간 동안 진행된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를 비롯한 국제금융시장 상황과 국내 금융·외환시장에 미칠 영향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연휴 기간 동안 개최된 주요국 통화정책회의에서 캐나다와 유럽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0.25%p 인하했다. 다만 미 연준은 지난해 9월 이후 3차례 연속 금리 인하를 중단하고 정책금리를 동결했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은 FOMC 직후 기자회견에서 향후 금리 조정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견지하기도 했다.
주요국 통화정책 결정 영향은 국제금융시장에 제한적으로 다가왔으나, 중국발 딥시크 충격이 미국 증시를 크게 흔들어 충격을 줬다. 딥시크에서 기존 챗GPT 등과 맞먹는 수준의 모델인 R1을 극도의 저비용으로 개발했다는 소식에 미 빅테크 기업의 AI 과잉투자 우려가 부각된 탓이다. 아울러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정책 관련 불확실성 등으로 글로벌 위험회피 심리가 강화됐다는 게 한은 측 분석이다.
유 부총재는 “이번 FOMC 결과가 예상한 수준으로 평가되면서 시장 영향이 크지 않았다”면서도 “연휴 기간 중 미 증시 변동성이 IT 부문을 중심으로 상당폭 확대된 만큼 국내 파급 영향을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준의 금리인하 시기 및 속도,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추진, 국내 정치 상황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높다”며 “관련 리스크 요인들의 전개양상과 영향 등 경계감을 가지고 점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연휴 기간 동안 숨 고르기에 들어섰던 국내 증시도 갑작스러운 딥시크발 충격에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상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오전 9시58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78%(19.77p) 내린 2517.03에 진행되고 있다. 코스닥 지수도 0.36%(2.61p) 하락한 726.13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주요 반도체 기업의 주가 하락세가 가파르다. SK하이닉스 주가는 직전 거래일 대비 8.37% 급락한 20만2500원으로 확인됐다. 개장 직후 11.86%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엔비디아에 고대역폭메모리(HBM) 등을 사실상 독점 공급하고 있었던 만큼, 딥시크 충격 여파를 고스란히 맞은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