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내주고 뒷돈 받은 은행원…사고 낸 부서엔 수십억 성과급 지급

대출 내주고 뒷돈 받은 은행원…사고 낸 부서엔 수십억 성과급 지급

농협은행 649억원 부당대출 확인…국민은행은 892억원
부당대출 내주고…금품, 향응 수수
신한투자證, 대규모 손실 은폐하려 부서 손익 조작도

기사승인 2025-02-04 10:05:03 업데이트 2025-02-04 11:18:45
금융감독원. 쿠키뉴스 자료사진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예고한 대로 4일 금융지주와 은행에 대한 정기 검사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 외에도 KB금융지주·은행, NH농협금융지주·은행, 신한금융투자, 토스뱅크 등이 정기검사를 받아 여러 문제를 드러냈다. 이 원장은 위법사항에 대해 무관용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농협은행, 대형 금융사고 미보고…2년전 지적사항 또 지적도

금감원에 따르면 농협은행에서는 이번 현장 검사에서 총 649억원(90건)의 부당대출이 확인됐다. 농협은행 지점장・팀장이 브로커・차주와 공모해 허위 매매계약서를 근거로 감정평가액을 부풀리거나, 여신한도・전결기준 회피를 위해 복수의 허위차주 명의로 분할해 승인을 받는 등의 방법을 썼다. 또 금감원은 농협은행 임원이 일부 대출에 대해 차주 등으로부터 금품 1억3000만원을 수수한 정황을 확인했다.

또 금감원은 농협은행이 은행 전산 개발・구축・운영 업무 대부분 외주화하면서 여신관리, 신용정보보호 등 영업행위 관련 전산시스템 전반이 부실하거나, 계열사에 의뢰해 개발한 전산시스템 설계 오류를 뒤늦게 발견한 사례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농협은행은 대형 금융사고를 감독당국에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대출사고가 발생할 경우, 사기 배임 등 범죄 혐의가 있으면 금감원 의무보고 대상이 된다. 하지만 농협은행은 지난해 배임 혐의가 있는 대출 4건(사고 금액 약 200억원 이상)에 대해 보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해 당국에 보고하지 않았다. 당국은 이에 대해 “은행에서 다소 안일하게 생각해 판단 착오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며 “제재 여부나 제재 수준을 아직 확정한 것은 아니고 논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농협지주·은행은 2022년에도 지적받은 사안을 또다시 지적받았다. 금감원은 2년 전에도 은행이 지주의 대주주 목적사업을 우회지원한 사실을 확인했는데, 이번 검사에서도 우회적인 대주주 및 계열사 지원 형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부코핀은행 유동성 지원 지적받은 국민은행…신한투자증권, 손실 숨기려 부서 손익 조작 

국민은행의 경우에는 팀장급 직원이 시행사・브로커의 작업대출에 조력한 사례도 나왔다. 국민은행 팀장은 허위 매매계약서 등 관련 서류를 제공받아 대출이 가능한 허위 차주를 선별하고, 대출이 용이한 업종으로 변경하도록 유도하는 등 방식으로 부당대출 892억원을 취급했다. 또한 일부 대출에 대해 금품 및 향응을 받은 정황이 적발됐다.

당국은 국민은행이 영업점 감사를 느슨하게 운영하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최근 개별 영업점 전결여신에서 금융사고가 빈발하고 있는데도 영업점에 대한 내부감사 주기를 일률적(3년)으로 운영하고, 감사기간도 3~4영업일로 짧다. 때문에 심도 있는 감사업무 수행이 어렵다는 분석이다. 

당국은 국민은행이 2018년 인수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 KB뱅크(옛 부코핀은행)에 대한 유동성 지원을 결정하는 의사결정 절차도 문제라고 봤다. 유동성 지원 결정시 송금일 당일 아침에 이사회에 자금 송금 필요성만 우선 보고해 자금지원을 사실상 선결정했고, 당일 리스크관리위원회를 사후 개최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사실상 이사회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것. 또 해당 국가에 대한 국가별 익스포져 한도를 상향하고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해외로 송금했다고도 덧붙였다.

지난해 대규모 손실이 발생한 신한투자증권도 파생상품을 이용, 손익을 조작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신한투자증권의 상장지수펀드(ETF) 유동성 공급자(LP) 업무 담당자(프런트)는 헤지 목적으로만 파생상품을 거래할 수 있는데도 성과급 등을 위해 투기적 선물거래를 지난 2022년부터 지속했다. 결국 지난해 8월 코스피 급락으로 대규모 손실(약 1300억원)이 발생했다.

그 배경에는 ETF LP 부서 성과에 반영되지 않아야 할 트레이딩 수익이 성과급에 반영되고, 담당 임원은 트레이딩 수익 창출을 독려하며 투기적 선물거래를 조장했다는 게 금감원 시각이다.

이후 ETF LP 부서는 투기적 선물거래로 발생한 손실을 은폐하기 위해 하루만에 1300억원의 이익이 발생하는 비상식적인 스왑계약을 위조하는 등 조직적으로 부서 손익을 조작했다. 또 관리회계 부서는 각 부서의 월별 손익 자료를 검증해야 하는데도, 검증업무를 미이행해 ETF LP 부서 임직원에게 수십억원의 성과급이 부당하게 지급된 사실이 드러났다.

금감원 “단기 실적주의 완화해야”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 드러난 취약점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감독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먼저 책무구조도 안착 등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를 구현할 계획이다. 또 이사회가 회장, 경영진에 감시·견제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도 지배구조 모범관행 원칙을 중심으로 확인, 평가해 건전성·리스크 관리 강화를 지도할 방침이다. 아울러 준법제보(내부고발) 활성화 방안 마련과 은행권 자체경계 기준을 점검·개선하는 등 은행권 단기 실적주의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금감원은 “이번 정기검사를 통해 확인된 부당대출 취급 등 위법사항에 대해 엄정 제재하겠다”면서 무관용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또 지난해 정기검사 대상이 아니었던 지주, 은행은 지난해 검사 내용에 대한 자체 점검계획을 올해 업무계획에 반영하는 등 자체감사를 내실 있게 운영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진용 기자
jjy4791@kukinews.com
정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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